8월23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8월23일 국회 본관 계단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사IN 조남진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6월 말이다. 이후 두 달 동안 진실 공방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파편화된 정보들이 쏟아지며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를 오히려 가리기도 한다. 〈시사IN〉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의문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남아 있는 의혹, 명확하게 밝혀내기 어려운 회색지대 등을 짚어봤다.

Q. 2년 동안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 ‘원안’이 통과되었는데 노선이 변경되다니,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닌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19년 3월 기획재정부의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2년간 조사를 거쳐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예타를 통과한 ‘원안’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이 종점이었다. 그런데 올해 5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해 공개한 양평 고속도로 계획에서 종점을 양평군 강상면으로 하는 ‘변경안’이 등장하며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그림 1〉 참조). 변경안의 종점인 강상면 병산리 일대에서 김건희 여사와 그 일가가 보유한 토지가 여러 곳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의 절차는 대략 ‘예비타당성조사→타당성조사→설계→공사’ 순서로 이루어진다. 예타는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담당하며 국가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할 만한 사업인지를 심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전국 곳곳에서 도로나 인프라를 건설하고 싶어 하기에 기재부의 예타 대상에 선정되는 것도, 예타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타를 통과한 사업은 흔히 ‘본타’라 불리는 타당성조사를 시행하게 된다. 타당성조사는 주무부처에서 담당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국토부이다. 예타는 기재부의 발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심사하도록 일원화돼 있으며 사업을 다소 개략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후 본타에서는 실제 공사에 앞서 시설이나 규모의 적정성, 환경 훼손 최소화, 주민 의견 수렴, 현장 조사를 통해 사업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수립한다.

예타에서 사용하는 지형도는 일반적으로 1대 2만5000 비율이지만 본타에서는 1대 5000으로 더 정밀한 지형도를 이용한다. 예산 규모도 예타(6000만원)보다 본타가 더 크다.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를 발주하며 총 19억4200만원에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예타와 본타의 목적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가 용역업체에 해야 할 일을 정해주는 타당성조사 ‘과업지시서’에도 노선 대안을 검토해보라는 내용이 의례적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예타를 통과한 노선이 본타 과정에서 변경되는 것은 제도상 가능한 일이다. 국가재정법은 예타안과 비교해 본사업의 예산이 10% 이상 증가(1000억원 이상 사업)하거나 수요예측이 30% 이상 달라질 경우에만 재조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에 본래 책정되었던 예산은 1조7695억원이니 약 1700억원 내에서는 본타 단계에서 계획을 변경할 재량이 생기는 셈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안고 있는 기본적인 회색지대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기재부의 예타에서 국토부의 본타로 넘어가며 노선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제도적으로 열려 있다. 이렇게 제도적으로 열린 공간을 활용해 최적 노선을 찾아갔다는 국토부의 주장과 그 틈새에 외압이 작용했을 거라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의혹 제기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Q. 예타 이후 노선을 일부 수정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이 바뀔 수 있나?

원안과 비교해 변경안은 노선의 55%가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양평군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8㎞가량 이동한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는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타당성조사를 완료한 고속도로 사업 24개 가운데 14개 사업의 시점과 종점이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0년 이후 10년 동안으로 한정하면 시·종점 변경 사례는 3건(세종-청주, 부산신항-김해, 계양-강화)에 그치며 중간에 노선이 달라지는 구간이 있더라도 대체로 예타안을 비슷하게 따라간다.

지자체의 도로정책 부서에서 근무했던 한 공직자는 “도로 계획에서 시·종점 변경이 없는 일은 아니지만 자주 생기는 일도 아니다. 분명 큰 폭의 변화다”라고 말했다. 양평 고속도로의 경우 종점이 변경되면 경기도 광주시의 남종IC를 기점으로 노선의 절반가량이 남쪽으로 이동한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성격이 꽤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였던 두물머리 국도 6호선 정체 해소를 위한 역할은 다소 희석되고 양평읍내와 서울을 잇는 연결성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Q. 종점 부근에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은 개발 못하는 땅이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변경안 종점 부근에 소유한 땅은 선산이라며 “조상분들 무덤이 있는 땅을 개발합니까?”라고 반박했다.

김 여사 일가가 변경안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에 가진 부동산은 두 곳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맞닿은 산지에 17필지(강상면 병산리 1000-10 등)를 보유하고 있다. 김 여사 아버지의 묘지가 이 산에 있긴 하지만 일가 소유의 17필지와는 동떨어져 있다. 다른 한 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남한강 사이에 있는 3필지(강상면 병산리 578-3 등)다. 김 여사 일가는 2003년부터 이 필지들의 용도를 임야에서 개발이 가능한 ‘토지’ ‘도로’ ‘창고 용지’로 바꿔왔다.

여전히 상당수 필지의 용도가 ‘임야’로 남아 있으나 추후에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서 “대통령 장모의 양평 공흥지구도 원래 야산을 아파트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의 가족 부동산회사인 ESI&D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지구에 개발한 아파트 단지. ⓒ시사IN 조남진
김건희 여사의 가족 부동산회사인 ESI&D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공흥지구에 개발한 아파트 단지. ⓒ시사IN 조남진

Q.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은 15년간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연원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남과 양평을 잇는 지방도를 건설하는 민자사업 제안서가 경기도에 접수되었지만 재무성 부족으로 반려되었다. 당시 제안된 도로도 현재의 원안처럼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었다. 이후 15년간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추진과 무산을 거듭했지만 그때마다 종점은 두물머리 부근의 양서면으로 동일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것이 그간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나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이 이번에 처음 언급된 건 아니다. 김선교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 양평군수로 출마하며 송파-양평 간 민자고속도로를 임기 내에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는데 이때 양평 쪽 종점으로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이 등장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와 ‘강상IC(남양평IC)-송파 간 민자고속도로’ 건설 정책협약도 체결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강상면 병산리 부동산은 1997년 상속받은 필지와 이후 매입한 필지로 나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 여사 일가는 강상면 종점 고속도로 공약이 나왔던 2010년 지방선거 직후인 2010년 9월부터 땅을 사 모으기 시작한다.

김선교 전 의원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지냈다. 김건희 여사의 가족 부동산회사인 ESI&D가 양평군 양평읍에 공흥지구를 개발한 시기와 겹친다. 이 사업에 대한 개발 특혜 혐의로 양평군 공무원들과 ESI&D 대표인 김 여사의 오빠가 기소된 상태다. 어머니 최은순씨를 비롯해 김 여사 일가와 김선교 전 의원 사이에 유착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지만 김선교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Q. 국토부 해명은 어떻게 바뀌어왔나?

두 달 가까이 공방이 오가는 동안 국토부의 해명과 원희룡 장관의 태도는 몇 차례 달라졌다. 6월 말 민주당 의원들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얼마 후인 7월3일 국토교통부 기자간담회에서 원 장관은 “도로국에서 실무적으로 진행한 것인데 문제 제기가 돼 보고를 받았다. ‘이래서 ‘늘공’과 ‘어공’의 차이가 있구나’ 했다. 즉각 원점 검토를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들이 실무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결과이지만 정무적으로는 의심을 살 여지가 있으니 원안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흘 뒤인 7월6일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돌연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 백지화 선언을 계기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정국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석했다. ⓒ시사IN 조남진
7월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석했다. ⓒ시사IN 조남진

노선이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말이 바뀌었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국토부는 양평군의 요구로 노선이 변경되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7월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희룡 장관은 “이것은 양평군 지역사회의 일치된 의견이다. 어떻게 우리가 지역의 일치된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평군이 지난해 7월 국토부에서 보낸 의견서가 공개되고 양평군 초입에 강하IC를 설치하되 종점은 원안처럼 양서면으로 가는 노선을 가장 선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7월10일 새로운 해명이 나온다. 종점을 강상면으로 하는 변경안은 타당성조사 용역을 맡은 민간 설계회사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도출한 최적의 노선이었다는 것이다.

Q. 어디까지나 용역업체가 기술적으로 검토한 결과일 뿐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15일 경동엔지니어링·동해종합기술공사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조사’ 용역 계약을 맺는다. 용역업체들은 3월29일부터 과업을 시작하고 약 50일 뒤인 5월19일 ‘타당성조사 착수보고서’를 제출했다. 예타안의 적절성을 검토한 이후 타당성조사(360일)에서 용역업체가 수행할 주요 과업들을 발주처인 국토부에 보고하는 내용이다. 2022년 5월의 이 착수보고서부터 종점을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대안이 등장한다(다만, 올해 5월 전략환경평가에서 공개된 변경안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최종 변경안은 착수보고서 노선보다 종점이 약간 더 북쪽으로 이동했고 양평군 초입에 강하IC가 추가되었다).

국토부와 용역업체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라는 국토부의 요구는 없었으며 설계사에서 기술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도로설계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도급사인 용역업체가 타당성조사를 하는 과정에 국토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용역업체가 선정되고 5월 착수보고서가 나오기까지 50여 일 동안 국토부와 업체 사이에 오간 논의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는 것이 의혹을 풀 키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Q. 원안보다 변경안이 더 좋은 노선이다?

국토부와 용역업체는 원안대로 종점을 양서면으로 낼 경우 불합리한 면들이 있어 대안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경기도 광주 남종IC를 지난 이후 종점까지 양평을 지나는 15㎞ 구간에는 IC(나들목)가 없어 양평 주민들의 진출입이 제한되고, 상수원보호구역·생태자연보호구역 등을 관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또 양서면 종점은 양서면 청계리를 지나는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로 연결되는데 이 구간은 높이 40m가량 되는 교량이다. 분기점을 만들 수는 있지만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주거지 인근에 고가도로가 들어선다는 점도 지적됐다. 다만, 예타 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주무부처(국토부)는 공사상 큰 어려움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던 걸로 예타보고서에 나온다.

국토부는 변경안(강상면 종점)은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고 예산이 140억원가량 증가하지만 고속도로 이용량도 많아진다고 주장한다. 나름 납득할 만한 이유들이지만 어디까지나 정성적 평가일 뿐이다. ‘비용편익(B/C) 분석값’처럼 정량적인 수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국토부 홈페이지의 ‘예타 vs 대안 노선 비교’에서 “가장 높은 B/C 예상”이라고 써놓았을 뿐이다.

양평 고속도로 '원안'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청계리. 사진을 가로로 지나는 도로가 수도권 제2고속도로다. ⓒ시사IN 이명익
'변경안'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사진 오른쪽 산지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땅이 있다. ⓒ시사IN 이명익
'변경안'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사진 오른쪽 산지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땅이 있다. ⓒ시사IN 이명익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원안과 유사하지만 단점을 보완한 대안을 검토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그림 2〉 검토 2안(예타 보완안) 참조). 양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나들목(수청IC)을 추가하고 종점부 도로를 마을 중심이 아니라 산 쪽으로 옮기는 노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경기·고속도로 게이트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국토부가 예타 보완안을 배제한 이유를 추궁하고 있다. 국토부는 ‘수청IC가 연결되는 지방도의 교통량이 적고 종점부 노선을 산 쪽으로 조정해도 종점 위치 자체는 바뀌지 않아 주거지에 끼치는 영향이 여전한 것으로 파악돼 검토 과정에서 제외되었다’는 입장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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