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타당성 조사를 발주한 민간 용역업체들이다.

국토부는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일자 ‘변경안’은 타당성 조사를 맡은 용역업체인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시한 노선이라고 7월10일 밝혔다. 6월 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열흘이 지나서야 변경안의 출처는 용역업체라는 설명이 나온 것이다.

7월13일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마이크 든 사람)이 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13일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마이크 든 사람)이 양평 고속도로 변경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7월13일 국토부는 경기도 양평군에서 국토부 출입기자단 현장 브리핑을 진행했다. 브리핑에 동행한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상화 부사장은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의 문제점과 강상면으로 종점을 바꾼 ‘변경안’이 도출된 근거를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강상면 종점안(변경안)이 적합하다는 국토부 의견은 없었고, 그런 의견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기술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양서면 종점)과 올해 5월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공개한 노선(강상면 종점)이 달라지며 불거졌다. 변경안의 종점인 강상면 부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토지 28필지(3만9394㎡)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제827호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대통령 처가로 향한다?’ 기사 참조).

경기도 양평군 강산면에 위치한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 창고가 들어서 있다. ⓒ시사IN 이명익
경기도 양평군 강산면에 위치한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 창고가 들어서 있다. ⓒ시사IN 이명익

고속도로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통과하면 국토부에서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실제 공사를 위한 계획을 확정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3월 기획재정부 예타를 마쳤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1월 타당성 조사를 수행할 설계업체를 공모했고, 3월15일 동해종합기술공사와 경동엔지니어링이 선정된다. 두 업체는 3월29일 타당성 조사를 시작해 5월19일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변경안이 담긴 착수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 시점을 두고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선정된 용역업체이니 특혜 시비가 낄 여지가 없다고,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 시절이라 정권의 입김이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10일 당선돼 3월18일 인수위를 출범시키고 5월10일 취임했다.

〈시사IN〉은 김정재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용역업체가 2022년 5월 국토부에 제출한 ‘서울-양평 고속국도(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착수 보고’ 자료를 확보해 살펴보았다. 대안 노선과 관련된 ‘종점부 노선대 변경’은 주요 검토사항 7번으로 등장한다. 용역업체는 원안(양서면 종점)으로 갈 경우 ‘상수원 특별보호구역 통과’ ‘철새 도래지 분포’ ‘종점부 주거지역 근접 및 고교각 양평 JCT 계획’ ‘접근성 향상을 위한 추가 나들목 설치 검토’ 등의 이유를 들어 종점을 강상면 남양평IC 부근으로 변경한 노선을 제시했다(〈그림〉 참조).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착수 보고 자료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착수 보고 자료.

이 경우 노선의 55%가 바뀌는데 이 변경안이 조사를 시작하고 두 달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국토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은 7월13일 양평 브리핑에서 “외압은 전혀 받지 않았다”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도로설계 분야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발주처인 국토부의 의견을 당연히 조회한다고 말했다. “용역업체는 국토부에서 돈을 받고 일하는 도급사이다. 국토부에서 작성한 (타당성 조사) 과업지시서에 따라 그 내용을 검토해 온다.”

용역업체가 작성한 타당성 조사 착수 보고서가 곧 최종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착수 보고서는 말 그대로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기 위해 해당 사업의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주처(국토부)에 보고하는 절차이다. ‘서울-양평 고속국도 타당성 조사(평가) 용역 착수 보고’ 자료에는 주요 과업 내용으로 ‘노선 선정 및 기술검토’ ‘교통수요 예측’ ‘편익/비용 산정 및 경제성 분석’ ‘예비타당성 결과 비교’가 나온다. 과업 기간은 2022년 3월29일부터 2023년 3월23일까지 360일 동안으로 잡혔다.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는 관계기관 협의를 하게 되어 있다. 경기도 양평군, 하남시, 광주시처럼 도로가 지나가는 지자체 등에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다. 국토부는 2022년 7월에 1차 관계기관 협의, 2023년 1월에 2차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했다.

타당성 조사 B/C 결과는 제시되지 않아

당시 국토부가 관련 지자체에 발송한 공문을 보면, 1차 관계기관 협의 때 첨부된 노선은 양서면이 종점인 ‘원안’이었지만 2차 관계기관 협의에서는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으로 노선이 바뀐다. 즉 2022년 7월부터 2023년 1월 사이에 국토부 내에서 예타를 통과한 ‘원안’보다는 ‘변경안’이 최적의 노선이라는 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자체의 도로정책 부서에서 근무했던 한 공직자는 “국토부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검토한 근거들을 공개하면 간단하게 (의혹이) 풀릴 일”이라고 말했다. “타당성 조사에서 노선이 예타안과 달라질 수 있지만 시점이나 종점 변경은 큰 변화다. 사업비, 경제성, 기술 측면, 교통량, 환경 등을 분석해 노선 변경이 원안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라는 데이터를 ‘계량화한 수치’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변경안이 더 우수하다는 판단도 내릴 수 있다.”

즉, 2022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국토부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변경안’을 우선순위로 올리게 됐는지, 이 '블랙박스'를 여는 것이 의혹을 푸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7월1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모든 게 공문서로 오갔을 것이다. 다 꺼내놓으면 된다. 누가 왜 노선을 바꾸었는지, 바꾸는 게 타당한지, 무슨 특혜를 위해 인위적으로 작용했는지 밝힐 수 있고 그 주체는 국회가 되는 게 적당하다”라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질의나 국정조사를 통해 노선이 변경된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23일 국토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공개한다’라며 관련 문서 55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7월2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참석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를 3일 앞두고 이루어진 결정이다.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타당성 조사 중간 보고 자료’ 등 양평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된 주요 문서들이 포함됐다.

다만 타당성 조사에서 따져본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 7월26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원희룡 장관은 비용편익 분석 값을 묻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계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아직 그 절차까지 한참 못 갔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용역업체가 지난해 2022년 5월 제출한 ‘착수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편익 산정은 2022년 3월29일 타당성 조사 착수 이후 6개월 안에, 경제성 분석은 7개월 안에 마치도록 일정이 잡혀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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