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국가에 던지는 질문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파란 바지’의 의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는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국가 구조 기능이 마비됐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구해 우리 사회 의인으로 등극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씨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로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6년 만에 그는 의인에서 피고인이 되었고, 나는 그의 변호인이 되었다.의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부심과 행복은 고사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변호하기 위해 제주를 오가며 나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23명의 불기소처분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혜온 (변호사) 나는 열심히 ‘킬 시키는’ 기자 부류에 속했다.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받아도 사실관계가 틀린다거나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을 언론계에서 ‘킬 시킨다’고 한다. 이 기사는 이래서 기사 가치가 없고 저 기사는 저래서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하니, 아마도 업무를 지시하는 선배는 답답했을 터이다.일을 잘하는 직원으로 평가받으려면 어떻게든 ‘일이 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안다. 그러나 기자 시절을 되돌아보며 변명을 하자면, 킬 시키는 일도 기사 쓰는 일 못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기사를 쓰기 어려운 학생 다툼 뒤 날아온 수천만 원 손배 소장 홍민정 (변호사) 2013년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만 10년을 일했다. 교육 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 몰입하다가 공동대표 임기를 마치고 송무 시장에 발을 들이니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졌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이 그 단초가 되었다.변호사의 조기 개입이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를 회복으로 이끄는 모양새이면 좋으련만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감정이 현역에 유리한 ‘승자독식’ 정치자금법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4·10 총선 후보자 중 2030 세대 비율은 5.4%로, 4년 전 6.1%보다 더 떨어졌다. 1996년 15%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다. 후보자들 평균 재산은 28억원이다. 돈 없는 젊은 정치 신인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닐까?정치에는 돈이 든다. ‘돈 안 쓰는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비현실적 꿈이다. 정치에 돈이 든다면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치자금법의 주요 목적은 부정한 정치자금을 규제함과 동시에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돈이 있는 사람들만 상식과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노동 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가 참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특히 오랜 시간 제 몸 상해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회사가 함부로 대할 때, 회사의 그러한 태도가 ‘부당하다’를 넘어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수의사 A 사건도 그랬다.A는 어느 지역 축협에 전문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축협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조합원 농가에 출장도 다녀야 했다. 특히 출장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1400여 곳 축사에서 키우는 소 5200여 마리를 살폈다. 거세 시술이나 임신 진단을 할 때는 ‘축복’을 단죄한 종교재판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돌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 지켜야 할 대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보루(堡壘)’라는 말은 보통 ‘최후’라는 단어와 함께 우리를 지키는 마지막 수단을 일컬을 때 주로 사용된다. 최후의 보루, 우리 사회에서 그 역할은 누가 담당하고 있을까? 한국 사회는 그 역할을 법원 재판에 부여하고 있다.‘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27조 제3항).’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터지고, 인권 윤석열 정부 ‘방통위·방심위’가 놓치고 있는 것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미국 연방 대법원의 스칼리아 대법관과 긴즈버그 대법관은 보수와 진보를 대표했다. 그들은 사회적 쟁점마다 치열하게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수십 년 동안 우정을 굳게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스칼리아의 반대 의견을 반영해 최종적으로 발표한 내 판결문은 초안보다 훨씬 나았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우정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법을 해석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미국 헌법과 연방 대법원을 숭상하는 마음은 같다”라는, 서로에 대한 근본적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반론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면, 집에서 일하려다 ‘산업스파이’ 된 사연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산업기술 유출 범죄, 이른바 ‘산업스파이’는 한국 언론이 가장 악질적 범죄로 다루는 것 중 하나다. 특히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외국에 팔아넘기려 한 자들을 거의 매국노로 취급한다. ‘최근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위기감을 조성하거나,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그런 보도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언론이 보도한 사건 속 인물들은 정말 산업스파이였을까. 회사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은 없을까.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를 알기 때문이다. 이 법이 보호하는 산업기술은 피해 장애인은 승려인가, 노예인가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벌써 10년 전 일이다. 실종되었던 시각장애인이 엄마에게 보낸 한 장의 편지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염전 노예 사건. 장애인 100여 명이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가혹행위를 당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한 현대판 노예 사건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외신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세계 시민들도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서 벌어진 일이 맞냐?’며 경악했다.부모가 맡겨놓고 간 장애인을 지금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줬는데, 왜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법정에 선 염전주들은 항변했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 보장이라는 기본이념을 정면으 모욕죄, 그 예측불허의 세계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기소될 수 있을까요?”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수사와 재판 결과를 묻는 질문은 언제나 난감하다. ‘모욕죄’와 관련한 사건은 더욱 그렇다. 승패를 정확히 전망할 수 있어야 유능한 변호사라 하겠지만,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내가 무능한 탓이 아니라 법이 원래 모호하다고 변명해본다.‘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욕적 표현이라도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일 때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의 알권리가 그토록 볼품없는 것이었던가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대기업 부장 박동훈과 파견직 노동자 이지안의 이야기다. 두 사람이 처음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말한다.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그리고 둘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척해주기로 약속한다. 각자 다른 이유로 무너져 내리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살려낸다. 박동훈은 이지안 덕에 “죽다 살아났다”라고 말하고, 이지안은 박동훈 덕에 “처음으로 살아봤다”라고 말한다. 박동훈을 연기했던 고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았다. 여러 장면과 대사가 전과 다르게 피해자도 모르는 국가의 ‘기습 사과’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라는 전두환씨 옹호 발언에 사과한 바로 그날 밤 올라온 사진에 ‘사과는 개나 주라는 거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국민을 조롱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위로가 되지만 잘못된 사과는 오히려 큰 상처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된다.“국가는 사과하고, 이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 윤 대통령,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근거 없다 [세상에 이런 법이] 오지원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전례 없이 8개 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특별법에 대해 ‘국론분열’, ‘재난 정쟁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같은 이유를 들 것이다. 이는 세월호참사 때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참사 특별법에 반대했던 논리다.그런데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재난을 정쟁화’시켰던 사회적 제도 없이 “배려받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후배가 업무 시간이 좀 더 적은 회사의 사내 변호사로 이직하겠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할 텐데 대형 로펌에서는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을 적게 하고 월급도 적게 받는 단축 근로를 로펌에 제안해보면 어떨까 물었지만, 그는 단축 근로가 공식적 제도로 운용되고 있다면 모를까 자기가 앞장서 그런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대형 로펌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교수가 정의한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의 대표 직종 누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벌써 7년 전 일이다.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제멋대로 종식시키려는 삼성전자에 맞서 시민단체 반올림이 1년 넘게 노숙 농성을 할 때였고, 나는 반올림의 상근 활동가였다. 가까운 지인이 내게 말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겠냐.” 그도 반올림의 싸움이 옳다는 건 알았지만, 어차피 이길 수 없는 무모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회운동 전반을 냉소하는 태도도 보였다. 당시 나는 “포기할 수 없는 싸움이고 다른 방법이 있지도 않다”라고 답했다. 다소 무기력한 답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쉽다. 더 분명하고 힘 있게 말해야 했다. 대한민국 최고법이 출입국관리법입니까?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법전에는 수많은 법이 담겨 있다. 2024년 6월이면 문을 닫는 21대 국회에서만 발의된 법안이 2만6000개, 수많은 법이 탄생하고 수정되며 폐기된다. 그 많은 법 중에 딱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과연 어느 법을 남길 것인가? 망설일 것 없이 국가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헌법’일 것이다. 수많은 법은 헌법과 헌법 아닌 법으로 구분된다. 헌법 위에 법 없고 헌법 아래 법 많다.헌법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법 앞에 평등, 행복을 추구할 권리, 신체의 자유 등 한국 사회에 거주하는 시민이라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응당 누려야 할 계약서 좀 잘 씁시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A는 어렵게 모은 돈에 은행 빚을 더해 건물주가 되는 꿈을 이뤘다. 병원이나 카페가 들어와서 넉넉한 임대료를 받으며 건물 가치까지 올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오랜 꿈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마침 이쪽 일에 경험이 많아 보이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접근해 왔다. 그는 인테리어 공사부터 할 것을 권했고 공사 업체도 소개해주었다. 적절한 세입자도 찾아주겠다고 약속하며, 일반적인 중개수수료 외에 컨설팅비 명목의 돈을 따로 요구했다. 계약서는 따로 쓰지 않았다. 그는 A에게 “이런 일에는 따로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다.B는 회사 “법 테두리 밖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예” [세상에 이런 법이] 오지원 (변호사) 꽤 오래전, 마트에서 물건을 정리하던 직원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텔레비전에 나오시는 분인가요? 너무 낯이 익는데.” “아··· 제가 세월호 참사 관련 일을 하는 변호사라··· 정말 아주 가끔···.” 그 직원은 내 말에 정말 반가워했다. “어머, 저희 같은 사람들은 법이 보호를 안 해주는데 어떻게 이런 변호사가 있어요.”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그 말이 가시처럼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느끼고, 자신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내가 그들을 위해 일한다고 느끼는구 조 하사는 왜 3m 계곡에서 다이빙을 했을까?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가스라이팅은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용어다. 이 연극은 한 남성이 자기 아내를 억압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전문가들은 수직적 권력관계, 특히 한국의 경우 상하관계가 뚜렷한 군대, 회사 등에서 이런 가스라이팅이 자주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해석한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인들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D.P.〉는 군조직의 75년 관행보다 중요한 헌법상 ‘합의제 기관’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대한민국 감사원은 힘이 세다. 헌법은 감사원에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부여했다(제97조). 특히 직무감찰은 그 범위가 넓다. 정량적 성격이 강한 회계검사와 달리,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과 문제점을 적출하여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 감찰’과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하여 바로잡기 위한 대인 감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무원의 부패·비리와 같은 위법행위뿐 아니라 예산운용 실태 전반, 인력이나 조직 운영, 사업 및 정책의 추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