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큰 즐거움 중 하나가 다양한 먹거리다. 과거에는 외국 여행을 가야 제대로 된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요즘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국내에서도 해외 먹거리를 누릴 수 있다. 먹는 게 그냥 끼니를 때우는 일에 그친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삭막할까? 먹는 즐거움은 SNS의 음식 사진 열풍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왜 먹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음식을 사진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까?
초기 정신분석학은 ‘보기(looking)’와 다른 감각의 욕구가 문화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면 오토 페니첼은 보기를 식욕과 관련지어, 시각적인 측면에서 입을 ‘구강 욕구(oral drive)’로 탐구한 바 있다. 그는 〈빨간 두건(Little Red Riding Hood)〉이라는 동화에 이러한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한다. “〈빨간 두건〉에 등장하는 늑대는 자신이 우선 제물을 잘 볼 수 있는 큰 눈을 가지고 있고, 그다음으로는 한입에 먹어치울 수 있는 큰 입을 가지고 있다고 선포한다.” 페니첼은 동화에 나오는 ‘눈으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다’와 같은 문구는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먹는 즐거움은 눈으로 보는 것을 삼키고 싶어 하는 욕구와 관련 있다는 얘기다. 이는 사물을 바라보는 ‘응시(the gaze)’에 대한 라캉의 개념과 중복된다. 프로이트도 이 구강 욕구는, 아이의 음식(모유)에 대한 실제적인 욕구를 넘어서, 빨아 먹는 즐거움과 관련해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이러한 관계는 수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기 전에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 사진을 촬영하는 즐거움은 바라보기의 구강 욕구와 관련이 있다. 사진은 기억을 위한 추모 행위처럼, 먹고자 하는 사물을 집어삼키기 전에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카메라 눈’의 ‘욕망(lust)’은 음식 안으로 들어가고 사진 촬영은 복잡한 방식으로 음식을 시각적으로 통합해서 보존한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사물을 ‘섭취’하는 것은 꽤 설득력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눈의 연장 수단인 카메라로 자신이 섭취하고자 하는 음식을 촬영하고 일종의 ‘트로피’처럼 간직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음식 사진 공유는 또 다른 행위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SNS에 올리는 상당수 사진은 자신의 현재 상황, 혹은 하려고 하는 행위나 주변 상황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일종의 ‘과시’ 놀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공유는, 음식을 촬영하고 기념하는 ‘트로피’ 효과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그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은 그 사진을 통해 눈으로 사물을 ‘섭취(응시)’하는, 또 다른 차원의 구강 욕구를 충족한다.
먹고, 보고, 과시하려는 욕망
일상에서 행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사진 촬영은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진은 때로 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영역 안에서 대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보려는 욕망을 구성하는 매우 특수한 방식의 하나로 사진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보여주고, 온라인에 업로드하기 위해 카메라로 찍는 사진의 사회적·심리적 기능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먹는 것, 보는 것, 그리고 사진으로 영원히 기념하고 과시하려는 욕망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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