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직 국가 시스템에 자연스럽게 정착하지 못한 듯하다. 이성윤 서울지검장 조사 때는 관용차를 제공하여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사건을 검찰에 이첩할 때 기소권 이관 여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검찰과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임용도 절반 정도만 이루어졌다. 언론은 공수처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의 보도를 하고 있다. 여러 현장에서 공수처에 대한 반감이 관성처럼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수처는 빨리 국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공수처가 반부패 전문 수사기관으로 하루빨리 활동하면 할수록 그만큼 우리는 정경유착, 권력형 비리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심각한 양극화로 인한 불공정, 부패와 타락이 문제되는 지금 반부패 전문 수사기관은 더욱 필요하다. 부차적으로 검찰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도 제어할 수 있다.

지금은 공수처의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공수처의 ‘좋은 친구’들이 많아야 한다. 국가기관,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등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반부패 기관인 공수처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안착을 위해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출범 이후 공수처의 안착을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충분치 않은 것처럼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공수처에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수처는 검찰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도 공수처의 안착과 발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또 검찰 역시 공수처의 안착을 위해 협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수처가 안정될수록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중에서 공수처 설립을 추진했던 분들 역시 공수처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공수처의 설치 목적에 대한 강한 공감대가 공수처의 ‘좋은 친구’가 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원하고, 한편으로는 충고하면서 공수처가 자리를 잡도록 도와야 한다. 공수처를 도우면서도 공수처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것 또한 잊으면 안 된다.

야당 등 공수처 설립에 반대했던 분들 역시 공수처의 안착을 도와야 한다. 이제 공수처가 없어질 가능성은 없다. 경제·정치·사회의 양극화로 불공정과 타락과 부패가 거대해지고 있고 부패 문제는 국가적 문제가 되었다. 반부패 시스템은 강화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공수처는 이미 경찰·검찰과 함께 국가 수사기관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수처 존재를 인정할 때 불필요한 고통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무조건 지원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공수처가 권한을 남용하고 폭주하는 것을 막는 감시자의 역할을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감시자 구실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도 공수처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자제와 관용, 협력과 겸손이라는 일관된 자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수처의 의지와 자세다. 공수처는 스스로 국가 시스템의 일부로 안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착을 위해서는 자제와 관용, 협력의 자세가 중요하다. 공수처는 아직까지는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자각할 때 겸손한 자세를 갖게 된다. 겸손한 자세가 있어야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러 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다.

공수처는 자신에 대한 비판과 충고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가능하면 빨리, 가능하면 마찰 없이 정착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공수처는 자제와 관용, 협력과 겸손이라는 자세를 일관되게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당면한 문제를 양보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여 권력형 비리를 해결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권한을 행사하되 남용하지 않고, 당당하되 남을 업신여기지 않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은 자세를 갖기를 충고하고 싶다. 출범 100일을 맞아 보내는 ‘좋은 친구’들의 진지한 충고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

기자명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