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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와 이에 이어지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부패다. 특권과 불공정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부패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공직자들이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했다. 사회와 국가의 부를 조직적·체계적으로 약탈했다. 이들의 재산 증식은 새로운 가치의 발견이 아니라 공동체의 부를 가져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반부패·반특권이다. 필자는 2016년 9월, 불확실한 대한민국의 앞날을 결정할 정책이 세 가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첫째는 경제, 둘째는 안보와 평화, 셋째는 반특권·반부패였다. 경제, 안보와 평화는 한반도의 생존을 좌우한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런데 반특권·반부패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세 번째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반특권·반부패가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특권을 겪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 새로운 반부패·반특권 질서를 만들지도 못했다.

반특권·반부패 청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사회 부패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부패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 사회의 부패는 정치권력을 중심으로 자본권력·법조권력·관료권력·언론권력이 함께 저지르는 엘리트 카르텔 부패다. 따라서 이 카르텔 구조 안에 있는 자와 바깥에 있는 사람 사이에는 특권과 불공정이 놓여 있다. 카르텔에 들어간 사람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와 절차, 자본과 권한에 접근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카르텔에 고위직만이 포진해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하급직까지 퍼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패가 그만큼 광범위해진 것이다.

둘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부패를 해결해야 할 자들이 먼저 부패했고 먼저 타락했다.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할 LH 직원들이 집을 이용해 투기를 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할 공직자들이 집값과 전세금을 더 올렸다.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하고 집값을 올린 것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LH와 부동산 사태가 전형적으로 특권과 불공정에 기초한 부패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만큼 광범위하고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그래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전 국가적 에너지 투입이다. 경찰·검찰의 수사는 시작이고 일부일 뿐이다. 엘리트 부패 카르텔, 특권과 불공정의 구조를 해체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반부패 정책 이끌 지휘부가 필요하다

전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려면 반부패 총괄기구가 필요하다. 국가청렴위원회처럼 부패 문제만 전담하는 국가기구가 필요하다. 국가청렴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당시 만들어졌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일부로 흡수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청렴위원회를 되살리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를 반부패 총괄기구로 활용했다. 미흡한 조치였다. 현대 한국의 부패는 이름도 생소한 국민권익위원회 일부가 담당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다. 전 국가의 역량을 모으기에는 국민권익위원회 틀은 너무 협소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가청렴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흡수되지 않고 원래의 모습으로 있었더라면, 부패 방지와 윤리의식 제고를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있었더라면, 고위직들의 타락에 더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반부패 총괄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가 필요하다. 전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 반부패 정책을 이끌 지휘부가 필요하다.

기자명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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