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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개혁을 시작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함으로써 권한 남용을 예방하게 되었다. 시민의 자유와 인권, 안전과 평화는 더 잘 보호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체감하기 힘든 것이다.

검찰과 경찰, 시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수사 절차와 수사 실무다. 그 두 가지를 바꾸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검사에서 경찰로 수사 주체가 바뀐 게 아니라, 수사관들이 시민들을 대하는 절차와 방식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금이 수사 절차, 수사 실무를 개혁하기 좋은 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배경이 수사권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부족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사 절차와 수사 실무는 블랙박스에 가까웠다.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서 통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권한남용이나 부당행위, 비윤리적 행위는 모두 묻혔다. 범죄행위가 드러나도 수사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시민들은 수사 절차와 수사 실무를 모르니 정당한 항의나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적법하고 적정한 수사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권한남용이나 부당행위, 비윤리적 행위를 구분할 수도 없었다. 과도한 압수수색과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치에 대해서 항의할 수 없었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변호사들도 기준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사를 하는 검사와 경찰도 수사권의 한계를 몰랐다. 수사권의 한계를 모르니 권한남용, 부당행위, 비윤리적 행위에 노출되어 있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어야 자신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사관을 지키기 위해서도 수사 절차, 수사 실무는 제도화되어야 한다.

현재 수사 절차를 규정하는 법률로는 형사소송법이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재판을 규정하고, 수사는 재판과 관련한 부분에 한정해 규정한다. 다행히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작업으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수사 준칙은 법률보다 강제력이 약한 대통령령이고 수사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일목요연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수사 절차는 시민의 자유와 인권, 안전과 평화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 형사소송법과 수사 준칙과 검찰·경찰의 내부 규정을 바탕으로 수사 절차, 수사 실무를 상세하고 꼼꼼하게 정해야 한다. ‘수사절차법(가칭)’ 제정이 필요하다. 수사절차법 제정은 검찰개혁, 수사개혁의 일부이므로 검경 수사권 조정 개혁의 첫 번째 후속조치로서 추진되어야 한다.

시민과 수사관 모두에게 유익한 수사절차법

수사절차법은 영국의 ‘경찰 및 형사증거법 1984(Police and Criminal Evidence Act 1984)’를 참고로 구상할 수 있다. 이를 제정하면 형사소송법도 크게 개정해야 한다. 법무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도 함께해야 하는 큰 작업이지만 피할 수는 없다.

수사절차법은 수사의 흐름에 따라 제1장 총칙, 제2장 수사의 개시, 제3장 통신수사, 제4장 임의수사, 제5장 압수와 수색, 제6장 검증, 제7장 체포 및 구속, 제8장 송치와 이송, 제9장 증거, 제10장 수배와 공조 등으로 구상할 수 있다. 내용으로는 표준 수사행위를 중심으로 범죄행위, 권한남용 행위, 부당행위, 비윤리적 행위, 권고 행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구분하면 절차 위반행위에 대해서 수사, 징계, 주의 등의 조치도 명확히 할 수 있다.

수사절차법은 시민과 수사관 모두에게 유익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계기로 수사권을 개혁하는 지금이 제정의 적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속조치이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절차법 제정 추진을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권한다.

기자명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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