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월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월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3월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2월 첫째 주 29%였던 긍정평가가 3월 첫째 주 39%로 올랐다. 이후 36%로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한 달 사이 10%포인트 반등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지지율 상승을 이끈 동력으로 지목된다. 같은 조사에서 긍정 평가 이유로 ‘의대 정원 확대(2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정부 스타일에 맞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반대 세력에 굴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기득권을 격파해나가는 특유의 방식이 이 이슈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2월20일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19일 국무회의에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것이라 하더라도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끝까지 해내겠다”라며 돌파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2월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확대하는 것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에 이르렀다. 보수 진영뿐만 아니라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도 이 사안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전 사회적 공감대 위에, 당위성 있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정부의 모습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정치적 효용감’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2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2월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그러나 동시에 불안감도 짙어지고 있다. 3월14일 한국갤럽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인식을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는 조사를 실시했다.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41%)’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의료 대란으로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라는 응답은 69%에 달했다.

실제로 날이 갈수록 비상진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며 중증·응급 환자들조차 실질적인 위협으로 내몰리고 있다(제862호 ‘온몸에 멍이 드는데 혈소판 예약도 막혀’ 기사 참조).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에서 빠져나갈 출구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집단행동으로 현장에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라는 엄포로 반응한다.

이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강대강 대치가 의료 현장과 한국 사회에 치명상을 남기는 결과로 치닫는다면 그건 정부와 의사 집단 중 어느 쪽의 책임일까? 더 나아가 대통령의 말처럼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기득권 집단을 격파하며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관철한다면 의료 개혁이라는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까?

■ ‘극렬 대치’라는 도돌이표

보건정치학자 정웅기 박사.ⓒ시사IN 박미소
보건정치학자 정웅기 박사.ⓒ시사IN 박미소

정웅기 박사는 한국에서 흔치 않은 보건정치학자이다. 정치학을 공부했고 ‘미국과 한국의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형성과 제도 변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 상황을 분석하는 한국 사회의 지배적 관점은 의사 집단의 강고한 ‘직역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권이 총선용 카드로 국민적 지지가 높은 ‘의대 증원’을 전격 발표해 의사 집단과 갈등을 유도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웅기 박사는 두 가지 프레임 모두 피상적이거나 일말의 진실만을 담은 해석이라고 본다. 정부의 성격을 떠나 ‘의대 정원 조정’처럼 큰 변화를 가져오는 보건의료 정책 앞에서 한국 사회는 번번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원인을 한국의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치가 왜소한 현실에서 찾는다.

의대 정원 확대와 뒤따르는 의사 집단의 반대는, 사안의 구조를 놓고 보면 정치학이 다루는 고전적 문제에 가깝다. 공공정책을 추진할 때 이 정책으로 ‘이득’을 보거나 ‘비용’을 치르는 이들이 발생한다. 이득과 비용의 분포에 따라 이슈의 양상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히는 ‘급여 확대’ 정책은 건보 가입자인 인구 전체가 이득을 얻고, 의료 공급자인 의사들에게도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이득은 전체 시민에게 분산되지만, 기대소득의 하락이라는 면에서 의사 집단에 비용이 집중되는 구도이다.

한국 사회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생기는 이런 성격의 갈등 앞에서 수년째 무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무산, 2023년 간호법 제정 무산 등이 그 사례다. 정웅기 박사는 크게 보면 “2000년 이후 미시적인 정책 조정만 있었을 뿐 한국에서 어떤 형태의 보건의료 개혁도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진단한다.

2000년 1월9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와 학생들의 의약분업 반대 집회.ⓒ연합뉴스
2000년 1월9일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의사회와 학생들의 의약분업 반대 집회.ⓒ연합뉴스

그 이전까지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중대한 과제는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 통과로 완성된 ‘전 국민 건강보장’이었다. 모든 구성원이 단일한 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편적인 의료 접근권을 보장받는다는 정책은 공익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반대를 뚫고 나가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한 의제였다. 소위 ‘발전국가’ 모델의 추진력 혹은 시민사회 세력의 적극적 운동으로 달성이 가능했던 이유다.

한국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보건의료 측면에서 요구되는 개혁의 성질 역시 달라졌다. 정책을 둘러싼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원화되면서 협상과 조율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웅기 박사는 이를 “갈등을 생산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보건의료는 ‘전문성을 띤 정책의 영역’으로만 단편적으로 인식되면서 갈등 조정이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의 공간’이 들어설 여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의사 인력 수급 정책을 비롯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의료의 질 향상, 지역 간 건강 형평성 보장처럼 2000년대 이후 수행되었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들은 미세 조정에 그쳤을 뿐 체계적인 정책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문제 해결 레퍼토리가 빈곤해졌다”라고 정웅기 박사는 분석한다.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정책들이 정치적 조율을 거치지 못한 채 극렬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는 패턴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의사 단체가 합리적 협상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믿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의약분업부터 의대 정원 확대까지 ‘반대만 하는’ 의사 집단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 의사는 왜 정부를 불신하게 됐나

의료 공급자인 의사는 보건의료 분야의 핵심 주체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국가와 의사 사이에는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 일정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독일은 ‘코포라티즘’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적 갈등 조정 기제에 따라 의사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협상 테이블을 열어주고 정당은 의견을 수렴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에서는 로비, 언론, 여론 동원 등을 통해 이익집단의 주장이 의회정치에 반영되는 ‘압력정치’를 의사 단체 역시 구사한다. 의사가 근대화의 주요 추진 세력이었던 일본에서는 일본의사협회가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정치적 힘을 발휘한다.

흔히 부정적 뉘앙스로 통용되지만 ‘이익집단 정치’는 민주주의에서 기본이 되는 결사 행위다.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공론장에서 서로 의견을 경합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제도화’된 이익집단 정치는, 사회적 이익과 조화되는 주장을 할 때에 더 큰 힘을 얻는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사회라면 이익집단조차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갈등 요소가 생기더라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지 않는다.

정웅기 박사는 “한국의 경우, 국가와 의사 사이의 관계 자체가 ‘미정립’돼 있다”라고 본다. 대신 국가와 의사 사이를 채우고 있는 건 뿌리 깊은 불신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어떤 정책이든 일단 의심하고 반대해야 한다”라는 대한의사협회 임원의 과거 인터뷰 속 발언에는 의사 집단 근저에 깔린 정서가 집약돼 있다. 정 박사는 “의사 집단이 정부를 왜 믿지 않는가, 그러니까 의사의 정부 불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역사적으로 따져봐야 지금의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이 확보된다”라고 말했다.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국가가 수가(의료 행위의 가격)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일부 의사들은 정부가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라고 정 박사는 설명했다. 보건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한국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고 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을 거의 전적으로 민간부문에 맡겼다. OECD 평균(약 50%)과 비교해 심각하게 적은 공공병원 비중(5%)이 이를 대변한다. 의사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대부분의 재원 마련과 교육 제공의 역할이 의사 개인과 민간 의료기관에 맡겨져 있었다.

의사 직역이 누리는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면허’라는 사회제도에서 기인한 바가 클지라도, 개별 의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려 할 때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무엇이 있다고 간섭하려 드느냐’고 반발하기 쉬운 토양이 축적돼온 것이다. 또 “자유방임적 보건의료 거버넌스” 환경 아래 한국 의사의 대다수는 ‘병원’에 고용돼 일하기보다는 ‘개원의'로 배출되었다. “의사들이 사실상 개별 자영업자로서 자신의 노력이나 영리 추구에 따라 상당한 재정적 보상을 확보할 수 있는 가운데, 정부와 상호 신뢰를 갖춘 관계를 형성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의협으로 대표되는 의사 집단은 2000년 의약분업이나 2020·2024년 의대 정원 확대처럼 직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시도 앞에서는 매번 강력하게 결집해왔다. 그러나 ‘수가를 인상하라’는 요구 이외에 의사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내어 공익과 관련된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 역할을 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한국 의사들은 제도화된 이익집단 정치로 나아가지 못한 채 ‘편협한 이해집단’이라는 틀에 머무르게 된 것이다.

■ ‘공익’이 반대에 부딪힐 때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의사 인력 수급 추계는 일관되게 한국에 의사가 부족하며 이대로라면 인력난이 점점 심화되는 방향을 가리킨다(제859호 ‘나는 건강한 의대 증원을 바라는 의사입니다’ 기사 참조). 본격화되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의사 수요를 높이는 강력한 요인이다.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 병의원에서도 필수의료 과목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 수가 ‘면허’로 제한되는 한, 사회경제적 필요에 맞게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일은 정부의 권한이자 의무이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시민적 공감대 역시 매우 높다. 여러모로 의대 정원 확대는 공익을 담지한 정책처럼 보인다.

국회미래연구원 박상훈 박사.ⓒ시사IN 신선영
국회미래연구원 박상훈 박사.ⓒ시사IN 신선영

다시 고전적인 정치학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어떤 정책으로 시민 대다수의 편익은 커지지만 특정 집단에 비용이 부과될 때, 한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이를 두고 정치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국회미래연구원의 박상훈 박사는 민주적 합의 과정에서 나오는 힘을 강조해온 정치학자이다. 그는 밀어붙이기식 의대 증원에 우려를 표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과거의 한국처럼 권위주의 사회라면 국가가 주도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도 부작용이 별로 없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권위주의는 통치자가 피통치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체제다. 갈등과 반발이 생기더라도 강압적 방식으로 찍어 누르며 정책으로 추구하려던 목표를 현실에 안착시킬 수 있다. 반면 민주화된 사회라면 이런 방식은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조율하며, 공익을 찾아가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박상훈 박사는 설명한다.

정치경제학자인 조석주 경희대 교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조석주 교수 역시 다원주의에 기반을 둔 정치를 지향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현실적 측면을 짚었다. 의대 증원은 편익이 다수의 시민들에게 넓게 흩뿌려지지만, 비용은 의사라는 상대적으로 잘 조직된 직역에 집약되는 구도의 사회갈등이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큰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집단이기도 한다. 이런 속성을 가진 정책은 사회 전체의 공익을 늘린다 할지라도, 강력한 소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표를 얻어 선출된 정부가 시민적 요구의 대변자로서 힘을 쓰지 않는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성격의 사안이라는 것이 조 교수의 관점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또다시 저지된다면 앞으로 정부가 의사 집단이 반발할 만한 보건정책은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국민과 의사 집단 간의 괴리도 더더욱 커질 거라고 본다.”

조석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시사IN 조남진
조석주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시사IN 조남진

■ 2000명 증원 뒤 무엇이 남을까

‘의대 증원’ 정국에서 드러난 ‘윤석열 통치’를 설명하는 정치학자들의 언어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반대 세력을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이번 사안에서도 반복되고 있다(조석주 교수).” “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공익을 위해 시작했다기보다는 공익적 의제를 가져와 지지율이라는 개인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인위적 충돌을 일으킨다(박상훈 박사).”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동기가 불순하더라도 공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결국, 의대 정원 확대와 추진 과정이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9월19일 경기 포천시 포천병원 원무과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지난해 9월19일 경기 포천시 포천병원 원무과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시사IN 박미소

정웅기 박사가 내다보는 전망에는 비관과 낙관이 뒤섞여 있다. 그는 이대로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면 미래의 동력을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보편적 의료 보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뒤, 선진국 어디를 보든 두 가지 새로운 과제에 당면한다. ‘급증하는 의료비 통제’와 ‘질적으로 우수한 의료서비스 유지’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의사 인력 충원뿐만 아니라 ‘지불제도 개편(수가제도)’ ‘전달체계 개편(의료제공제도)’ 등 체계를 고도화하는 높은 차원의 의료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의사 관계를 정립할 기회를 또다시 놓치고 불신이 깊어질 거라는 점에서 개혁의 길은 더욱 좁아졌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실마리가 있다면 한국의 공적 담론에서 잠겨 있던 ‘보건의료 정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역설적이지만 판이 흔들리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쌓여왔던 여러 모순과 문제가 대중적 의제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보건의료 제도에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자각한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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