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97〉 오지수 감독(오른쪽)과 조은솔 프로듀서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시사IN 박미소
〈드라이브 97〉 오지수 감독(오른쪽)과 조은솔 프로듀서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시사IN 박미소

오지수 감독(28)은 1997년생, 세월호 세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실 TV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았다. 오 감독은 참사 이후 생존 학생들의 안부가 늘 궁금했다. 조은솔 프로듀서(34)는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에 열람실 책상에서 세월호 참사를 마주했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과 부채감을 안은 채 살아왔다’고 말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세월호 10주기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 중 단편영화 〈드라이브 97〉을 제작하고 있다. 이젠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생존자 장애진씨와 그의 중학교 친구 한혜진씨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민지 학생을 만나러 가는 이야기다. 남아 있는 자들을 꾸준히 바라본 이들에게 ‘세월호’와 ‘기억’이란 무엇인지 물었다.

“세월호는 ‘잔상’이에요. 매일 세월호 참사를 선명하게 기억하며 아프고 힘들어서 못 쳐다보는 게 아니라, 어떤 잔상처럼 남아 있어요.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세월호가 대입되죠. 우리 학교는 4월 말에 배 타고 수학여행을 가려 했어요. 우리가 4월16일에 갔다면, 나도 저 배에 탔다면, 그런 상상이 5월이 넘어가서도 떠오르면서, 정말 무섭게 다가왔어요.

시끌벅적한 교실의 풍경이 저한테는 훨씬 익숙한데, 생존한 학생들이 마주한 교실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공허함일 것 같았어요. 그저 무섭겠다고 상상하는 제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어요. 그런 고민이 오랫동안 이어졌고, 다큐멘터리를 시작할 때 자연스레 생존 학생들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만난 애진이와 혜진이를 보면요, 기억이란 건 삶의 예쁜 동력 같아요. 갖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액세서리 같은 거요. 이 친구들이 ‘사실 우리가 매일 민지 생각을 하는 건 아니야’라고 하면서도, 민지 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계속 힘을 받거든요. 민지가 지금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귀엽게 상상하면서 둘이 얘기해요. 애진이가 생존자로서 말을 꺼내는 것도, 주저하던 혜진이가 ‘다큐멘터리 내가 한번 해볼게’라고 용기를 낸 것도 각자 서로가 나눴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오지수 감독)

“세월호는 남아 있는 이들의 삶에 평생 같이 가는 사건일 거예요. 슬픔만 있는 건 아니겠죠. ‘우리는 우리의 일상도 살아낼 거야’ 하는 밝은 다짐도 있어요. 세월호가 삶의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에서도 너무 슬픈 모습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같이 술도 마시고, 깔깔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줘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애진과 혜진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고 해요.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직접 보면서,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마음먹게 된 거 같아요.

‘다큐멘터리를 왜 만들까’ 하고 자주 생각을 해봐요.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거나, 왜곡된 모습으로 기억하는 것들을 조금은 바꿔보고 싶어요.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말의 희망을 보고 계속 이 일을 하는 거예요. 이 기억을 사람들에게 많이 전하고 싶어요.” (조은솔 프로듀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세 가지 안부〉 공동체 상영 신청은 링크를 통해 할 수 있다. 2024년 3월20일부터 2025년 4월16일까지 상영일을 지정해 신청이 가능하다.

오지수 감독이 영화의 가편집본을 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오지수 감독이 영화의 가편집본을 보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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