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2월19일 오후 노들노래공장(노노공)의 강사 만수씨(35·음악가 이민휘)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인 중증 발달장애인 노동자 10명에게 물었다. ‘바다’ ‘친구의 마음’ ‘이사’ ‘고장’ 등 각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안했다. 거수투표 결과 ‘바다’로 정해지자, 만수씨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바다 하면 뭐가 생각나요? 바다에 왜 가고 싶어요?” 후반부 가사를 지을 즈음, 바다 주제를 제안했던 황임실씨(47)가 화가 난다며 ‘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안정을 되찾자 이윽고 가사가 정해졌다. “화가 날 땐 바다 생각/ 바다에 가도 화가 나지만/ 바다 가서 소리 질러요/ 아~~.” 몇 명이 가사에 맞춰 흥얼흥얼 가락을 붙이자 만수씨가 오선지에 음표를 그렸다. 2년 동안 ‘노래 만드는 일’을 해온 노노공 노동자들이 한 시간 반 만에 노래 한 곡을 뚝딱 만들어냈다.
노노공의 노랫말은 자칫 단순해 보이지만, 당사자가 처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다에 대한 가사에는 이동의 제약, 부족한 활동 지원 서비스, 탈시설 문제가 얽혀 있다. 강사 만수씨가 ‘노노공의 노래는 노동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노들노래공장을 처음 제안했던 그는 ‘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만든다’를 모토로 삼았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노래가 이들의 투쟁가가 되길 바랐다. ‘우리들의 행진’ ‘사랑의 마음’ ‘미안해 친구야’ 등 노노공이 만든 노래는 현재까지 50곡에 달한다. 노래 악보와 음원은 홈페이지(nonogong.kr)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노들노래공장은 중증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서울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권리중심 공공일자리)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24년부터 예산을 삭감하고 사실상 사업 폐지를 통보하면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 400명과 전담 인력 5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그동안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인정받으며 주 15시간, 최저임금을 받아온 노노공 노동자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노들노래공장은 올해에도 쉰 적이 없다. 만수씨는 “서울시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없애도, 이곳의 가치와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계속 노래를 만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만든 노래 가사와 악보가 담긴 〈노들노래공장 노래집〉도 출간했다. 노래집 판매 수익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의 복직 투쟁기금으로 쓰인다. 모금을 위해 앞으로 후속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노래집은 만수청(mansu.space)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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