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없었습니다. 진행자는 아예 ‘명품 백’을 입에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2월7일 방송된 한국방송(KBS)과 대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 수수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뒤 윤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지만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이 “하여튼 아쉬운 점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해외 언론마저 쓰는 ‘디올 백’ 또는 ‘명품 백’이라는 말도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인터뷰어로 나선 KBS 박장범 앵커는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라고 질문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위법 행위에 대해 ‘파우치’, ‘조그만 백’, ‘놓고 가는’ 식으로 물은 것입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용산 관저에 들어가기 전 일이다. 서초동 아파트 지하에 제 아내의 사무실(코바나컨텐츠)이 있었는데, 거기에 검색기(보안검색대)를 설치하면 주민들에게 굉장히 불편을 주기에 설치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 이런 몰카까지 들고 와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다”라고 규정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그것도 부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사실상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현재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주거침입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되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에 나선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의 사과 없는 대담에 국민의힘 안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직접 사과를 주장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대통령께서도 계속 ‘아쉽습니다’ 했는데, 저도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겠다. 아쉽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과 소통을 위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거액의 세금을 쓰며 집무실과 관저를 이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초반 출근길 문답(도어 스테핑)을 하다 2022년 11월 이후 중단했습니다. 2023년에 이어 올해도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로 새해 기자회견을 대체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한 것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유일합니다. 이렇게 불통할거면 왜 거액의 세금을 쓰며 용산으로 이전했을까요?

2월7일 목요일 오후 5시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에서는어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을 해설해 드립니다. 김민하 시사평론가와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의 장윤선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말말말에 담긴 문제점을 짚어드립니다.

제작진
책임총괄: 장일호 기자
프로듀서 : 최한솔 PD, 김세욱·이한울 PD(수습)
진행: 김은지 기자
출연: 장윤선 기자, 김민하 시사평론가

기자명 김은지·장일호 기자·최한솔 PD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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