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4시30분 정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포토저널리스트 20여 명이 맨해튼의 웨스트 43번가 229번지 4층 회의장에 모인다. 이들은 어떤 뉴스가 다음 날 〈뉴욕타임스〉 지면에 게재될지 결정한다. ‘페이지 원’이라는 이 모임은 〈뉴욕타임스〉 편집인들이 주요 기사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벌어진 사건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두 장 혹은 석 장의 1면 사진을 선택한다. 모임 시간은 단 30분. 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뉴욕타임스〉의 얼굴을 만든다.

여기에 모이는 편집인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저명한 리더들과 사상가들에게 검증될 것임을 안다. 1면 톱기사와 사진의 조합이 치밀하고 정교하지 않을 때 쏟아질 날카로운 비판도 잘 알고 있다. 〈뉴욕타임스〉 1면 사진은 바로 ‘그날’을 ‘보는’ 창 노릇을 한다. 이들은 기사를 설명하는 단순한 ‘예시’로서의 사진이 아닌, 그 자체로 빛을 발할 수 있는 사진의 독립적 기능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더욱이 사진이 기사와 통합하여 저널리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교화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편집의 묘를 발휘한다. 사진 편집자 필립 게프터는 “지면의 사진 한 장이 단순히 기사의 증거라기보다 스토리를 향한 창문을 열 때 독자를 교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1면에 사진을 과감하게 편집하는 신문은 대부분 스포츠 전문지다. 여기에 실리는 사진은 그날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시선을 끌기 위한 유명인의 선정적인 모습이다. 중앙일간지도 마찬가지다. 기껏해야 꽃구경을 나온 관광객의 사진을 보여주거나, 물놀이·눈썰매를 즐기는 아이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마 절반 이상은 행인을 붙잡아서 연출하거나, 계절마다 신문사에서 찍던 관행적인 사진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1면 사진은 눈요깃거리나, 주요 기사의 삽화 구실에 그친다.

‘그림 하나가 천 마디의 말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동어반복일지 모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이 말을 풀어 쓴다면 ‘한번 보는 것이 천 마디 말의 가치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포토저널리즘의 리얼리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리타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신봉하고, 그 가치를 발하는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사는 사진이 갖는 리얼리티의 중요성을 1면에 싣는 ‘오늘의 사진(the Pictures of the Day)’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미지를 본다는 것의 중요성, 그 이미지가 가진 리얼리티의 무게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읽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저널리즘과 예술의 경계선을 넘나들다

〈뉴욕타임스〉의 오늘의 사진은 그날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을 전하기 위해 사용된다. 달리 말해 1면 사진은 이날 독자가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사를 언급한다. 이들은 독자를 위해 기꺼이 고액을 지불하면서, 세계 최고 포토저널리스트의 사진을 독립 기사로 사용한다.

문장은 지적이고, 사진은 본능적이다. 기사를 읽는 사람에게 사진은 이미지로 등록되기 전까지 정신적인 과정을 통해 여과된다. 그러므로 독자들에게 사진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뉴욕타임스〉의 1면 편집은 사진에 통합적 의미를 부여한다. 〈뉴욕타임스〉 1면에 들어가는 오늘의 사진은, 사진이 단순히 기사를 보충하는 삽화가 아닌, 그 자체로 천 마디를 할 수 있는 가치가 있음을 정확히 이해한 편집인들의 노력에 따른 산물이다. 저널리즘과 예술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편집인들의 역량이 빚어낸 오늘의 사진을 국내 신문에서도 꾸준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기자명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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