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 평소에 독서를 즐기는 이들은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해왔던 대로 취향에 맞춰 찾아서 본다. 스마트폰만 쥐고 있기에는 시간 낭비 같은데 막상 책을 잡으려니 부담스러운 이들이 묻는 말이다. 〈사기〉를 추천한다.
‘아니 얇은 소설책도 버거운데 〈사기〉라니…’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사기〉는 2100년간 동아시아 독서 시장에서 살아남은 ‘독한’ 고전이다. 검증이 끝난 상품이라는 뜻이다. 예상 외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인물 중심으로 짜인 구성 덕분이다. 인물이 중심이 될 수 없는 사건을 묘사하는 데에는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소국의 재상이 강대국의 왕과 구슬 하나를 두고 펼치는 지략 대결은 한 챕터 분량이다. 2만명이 죽은 전쟁은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호흡이 늘어지지 않고 흥미를 붙이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서 〈사기〉는 〈삼국지연의〉보다 더 현대적이다. 충효나 인의처럼 통일 왕국이 정립되면서 보급된 가치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 〈사기〉에는 충신도 있고 효자도 나오지만 ‘이런 사람도 있었다더라’ 정도로 소개된다. 저자가 더 부각하는 것은 재능이다. 누가 어떤 능력을 발휘해서 출세했고, 어떤 결함 때문에 패퇴했는지 보여준다. 묘사는 간결하지만 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며, 동시에 교훈도 준다. 최신 미국 드라마처럼 가볍지만, 서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훨씬 깊다.
낯선 등장인물들이 부담된다면 비교적 익숙한 진시황이나 유방과 항우가 등장하는 〈본기〉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그 뒤에는 휘하 명장들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룬 〈열전〉을 읽게 될 것이다. 〈열전〉을 다 읽은 뒤 다시 〈본기〉를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가닥이 잡힌다. 이 정도로 유익한 킬링타임 수단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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