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도 재난은 가장 약한 곳을 망가뜨렸다
  •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 호수 655
  • 승인 2020.04.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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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코로나19는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민자 지구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주로 빈곤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주민들은 정보 부재와 생계 위협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EPA스웨덴 예테보리 대학병원 앞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야전병원이 세워졌다.

스웨덴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3월25일(현지 시각) 기준 확진자는 2510명, 사망자는 42명이다.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입원환자 중에서도 중증 환자 우선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실제 감염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웨덴 보건 당국은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검사 대신 자가격리를 권하고 있다.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경미한 증상이 보여 2주간 자가격리를 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말 겨울방학이 끝나고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에 스키 여행을 갔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귀국하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스톡홀름 지역에서 감염자가 빠르게 늘었다. 그러자 보건 당국은 3월11일 50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다. 각종 공연장 등이 폐쇄되고 고등학교·대학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었다(3월25일 현재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폐쇄 등은 취하지 않고 있다).

기업도 방역에 힘을 보탰다. 주류 기업은 술 대신 손세정제와 의료용 소독제를 생산한다. 중장비 생산업체 스카니아는 직원들을 인공호흡기 생산 회사 예팅에로 보냈다. 예테보리 대학병원 앞에는 군대가 텐트로 야전병원을 세웠다.

3월22일 스테판 뢰벤 총리는 전국에 중계된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특별 연설을 했다. 그는 손을 비누로 잘 씻고, 아주 경미한 감기 증상이라도 있으면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말고 집에 머무르고, 70세 이상 노인들은 가능하면 외출하지 말라는 등 당국 지침을 차분히 따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이 시민들의 불안감까지 잠재우지 못했다. 시민들은 화장지·밀가루·쌀 등을 사재기했다. 동네 슈퍼마켓 진열대에 관련 제품이 동나고 있다.

아파도 일터로 나가는 가난한 이주민들

스웨덴에서도 재난은 가장 약한 곳을 가장 먼저 파고들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저소득층이 밀집한 이민자 지구에서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 스톡홀름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빈곤 지역인 예르바 지구에서 발생했다. 사망자도 주로 이곳에서 나왔다. 보건 당국의 정보가 제때에 전해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다고 한다.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 단체 등은 정보가 스웨덴어로만 제공되는 점을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자 보건 당국은 다국어로 번역된 감염 예방 포스터를 스톡홀름 곳곳에 부착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보를 얻었더라도 이주민들이 당장 생계 때문에 아파도 일터에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또 대개 이주민들은 좁은 아파트에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산다. 이주민 노인들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 이민자 자녀들은 집에 자기 컴퓨터가 없는 경우가 많아 온라인 수업에서 소외되기도 한다. 이런 사회 불평등 문제를 스웨덴 언론은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후폭풍도 본격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3월20일 스칸디나비아 항공(SAS), 볼보 등 기업이 노동자들을 일시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는 일단 중소기업을 위한 1000억 스웨덴크로나(약 12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 등 지원정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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