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

“기자들에게 물으면 어때요?” 올해의 〈행복한 책꽂이〉를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다 출판계 관계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많은 매체가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대체로 출판평론가와 서평가 혹은 분야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도 좋지만 신간을 가장 빠르게 접하는 기자들이 잘 알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었다. 듣고 보니 그랬다. 〈시사IN〉 기자들은 매주 새로 나온 책을 접하고 신간을 소개한다. 책 담당 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사IN〉 기자가 꼽은 ‘올해의 책’을 소개한다. 리스트는 다소 편향적이다. 기준은 오로지 기자 개인.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했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쓴 〈불평등의 세대〉는 올해 가장 논쟁적인 책 중 하나다. 지금은 ‘586’이라 불리는 ‘386 세대(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가 어떻게 국가와 시민사회, 시장을 가로지르는 ‘권력 자원’을 구축하며 세대 간 불평등을 야기했는지 비판한 책이다. 세대론에 흔히 따르는, 세대 내 불평등, 즉 계급이 더 중요하다는 비판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내게-적어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계급과 불평등은 동어반복이다(6쪽).”

IMF 여파로 인한 해고에서 살아남은 386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노동시장에 더 오래 남아 있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 하청과 계약직 등으로 유연화된 노동시장의 새로운 규칙들은 이 세대를 비켜가 아래 세대에 가혹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목숨을 건 진입 투쟁’이다. 386 세대는 비대졸자도 노동시장 상층에 진입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20대는 대졸자라도 두 명 중 한 명만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지금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당시 많이 뽑았기에 많이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이런 세대별 운명의 차이가 능력에 기초한 정의로운 차이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는 향후 몇 년간 최악의 청년실업을 겪어야 한다. 그 뒤로는 청년 자체가 줄어든다.

“신분제 사회를 만들어놓고 내 자식이 신분제 사회의 상층에 오를 확률을 높이는 전략과, 신분제 사회를 해체하고 내 자식과 다른 자식들이 자유로운 개인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사회적 위험을 분담하며, 노동의 대가를 적절히 공유하는 사회를 만드는 전략 중 어느 쪽이 현명한가?(348쪽)” 조국 사태 이후 한국 사회에 절실한 질문이다. 저자는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이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배려할지 궁리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대안의 예는 연공급에서 직무급으로의 전환, 부동산 관련 세금을 엄격히 집행해 청년 세대 주거권 보장에 사용하는 것 등이다.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할 미래세대를 위해, 국민연금의 노후보장 정도를 줄이고 현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일 또한 시급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대라는 렌즈를 꺼내드는 순간, 잘해야 본전이고 욕먹기는 쉽다. 데이터로 입증하는 대목에는 그렇게 해석해도 되느냐, 이런 변수는 통제한 것이냐 따위 논란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비난받을지도 모르는, ‘지금 여기’에 관한 논쟁적인 주장을 데이터와 씨름하며 반증 가능하게 해내는 학자는 드물다. 현 체제의 희생자로서 청년과 여성을 호명하는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라며 강사법 사태를 언급하기도 한다. “최상층 정규직 교수들의 연공에 따른 상승분을 낮춰 재원을 마련하면 대량 해고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연공급에 손을 대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259쪽).” 지식인의 윤리적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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