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법상 권리를
  • 전혜원 기자
  • 호수 638
  • 승인 2019.12.10 19: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남(회사)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자율적이면서도 노동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이들의 등장은 이 전제를 다시 묻고 있다.
ⓒ시사IN 이명익쿠팡플렉스는 일반인이 자기 차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일자리다. 쿠팡플렉스로 일하는 이들은 법률상 ‘노동자’가 아니다.

‘쿠팡플렉스’로 일하던 최서경씨(39·가명)는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에 사고를 당했다. 새벽배송을 위해 출근하던 중 얼어붙은 도로에서 차가 미끄러졌다. 차 앞쪽 엔진 부분이 완전히 파손되었다. 최씨는 전날 낮시간에도 배송했기 때문에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골반뼈가 부서져 철심을 박았다. 대수술을 받고, 수개월 동안 수입을 얻지 못했으며, 지금도 거동이 불안하지만, 산재보험의 혜택은 그녀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다. 법률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쿠팡플렉스는 일반인이 자기 차로 쿠팡의 로켓배송을 수행하는 일자리다. 배송 1~2일 전 근무를 신청해 물량이 배정되면, 주간은 700~800원, 심야·새벽은 1000~ 1500원가량의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한다. 최씨가 쿠팡의 정규직이나 계약직 노동자, 즉 ‘쿠팡맨’이었다면, 2018년부터 시행된 ‘출퇴근 산재보상’ 제도에 따라 산재보험을 적용받았을 것이다. 수술비와 입원비는 요양급여로, 다쳐서 일하지 못하는 기간에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최씨 같은 쿠팡플렉스는 계약서상 ‘배송사업자’, 즉 자영업자 신분이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일하다 사고가 나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역사적으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 즉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발달해온 제도다. 어떤 회사에 고용되어 임금노동자가 되면, 회사 측의 지시를 받아 일하게 된다. 이 노동자는 남(회사)에게 ‘종속’된 상태다. 일하다 다치면, ‘남(회사)의 일’을 하다 부상당한 것이므로, 치료비나 생계를 사업주들이 낸 보험료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산재보험의 취지다. 반면 자영업자는 자기의 재량으로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어디에 종속되어 ‘남의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자기 일’을 하다 다치는 경우니까 치료비나 생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처럼 전통적 노동관계에서는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가르는 기준이 ‘고용 여부’였다. 고용되어 있으면 종속적으로 일하고, 자영업자라면 자율적으로 일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자영업자인데도 종속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사실상 고용되어 있지만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고용 여부와 종속성 여부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고용 여부’ 외에 ‘종속성’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사분면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고용 여부’와 ‘종속성’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나타낸 사분면 그래프를 보면, 전통적 노동관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집단이 제2사분면과 제4사분면에 나타난다(왼쪽 그림 참조). 제4사분면에 표시된 ‘종속적 자영업자’의 실제 사례로는 편의점 사장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자영업자이지만, 가맹본부에 종속되어 있다. 무엇을 얼마에 어떻게 팔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가맹본부의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할 뿐이다. 제2사분면의 ‘자율적 임금노동자’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이다. 학습지 교사, 레미콘 차주, 골프장 캐디, 택배 기사, 방송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지만 임금노동자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시사IN〉 제569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장님이 아니다?’ 기사 참조).

기존 노동법과 사회보험은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만으로 구성되는 단순한 세계다. 현실의 노동시장은 훨씬 복잡하다. 노동시장에 불어닥친 구조적이고 지구적인 변화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노동’을 새로 정의하며 노동법의 보호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네트워크다.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런 플랫폼에 운전 같은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플랫폼 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으며, 일반적 임금노동자만큼 종속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그동안 ‘독립 계약자’, 즉 자영업자로 분류되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 9월 통과시킨 법안(AB5)으로 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법안은 먼저 ‘임금노동자가 아닐 수 있는’ 요건을 규정했다. ‘기업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롭다’ ‘기업의 통상적 업무 외의 일을 수행한다’ ‘같은 산업에서 독립된 사업을 하고 있다’ 등이다. 이런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임금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게다가 이를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 측이 입증해야 한다. 내년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독립 계약자였던 우버 기사는 노동자로 재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 기사들은 요금 및 수수료를 우버가 결정하는 등 통제와 지시를 받을 뿐 아니라, 승객 이송이라는 우버의 통상 업무를 수행하며, 별도로 독립된 운전 사업에 종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동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산재보상, 고용보험 등을 받을 수 있다.

ⓒAP Photo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지난 9월 플랫폼 노동의 기존 관행에 제동을 거는 법안(AB5)을 통과시켰다. 로레나 곤살레스 하원의원(맨 앞)이 이 법안을 주도했다.

프랑스는 2016년 플랫폼 노동 관련 법을 따로 제정했다(박제성, 〈디지털의 세 가지 표상과 노동법의 과제〉, 2019). 기업 측이 재화 및 서비스의 성격과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그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산재보험과 직업교육에 드는 비용을 플랫폼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보장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사용자 측과 교섭하며, 일정 범위 내에서 조직적으로 노무 제공을 거부(파업)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도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의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최전선에 있는 집단이 라이더(배달원)들이다. 현재 이들은 바로고·생각대로·부릉(메쉬코리아) 등 배달 대행업체의 지점 또는 지역의 소규모 배달 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앱에 뜬 콜을 눌러 배달을 수행하고 2000~3000원 수준의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의 라이더 대부분은 우버 기사처럼 앱을 켜면 출근, 끄면 퇴근인 게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때로는 강제 배차를 당한다. 주로 한 업체의 배달을 수행한다. 자영업자로 분류하기엔 종속성이 너무 강하다.

현재 라이더들은 ‘특수고용 노동자’의 하나인 ‘퀵서비스 기사’로서 산재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보호 수준은 제한적이다. 사업주가 100% 보험료를 내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50%는 스스로 내야 한다. 의무 가입인 일반 노동자와 달리 적용 제외 신청을 하면 산재보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로부터도 비껴나 있다.

지난 10월24일 경남 진주의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하던 만 19세 라이더가 오토바이 사고로 숨졌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다.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산재를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실제로 일한 만큼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8시간분을 기준으로 산재보상이 결정된다. 무엇보다 민사소송 등에서 업주에게 산재의 책임을 물을 때,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묻는 것보다 일반 노동자로서 묻는 편이 업주의 책임이 명확해진다. 진주 사망자의 유족은 고인의 카카오톡에서 업체가 지휘·감독한 증거를 찾아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서 산재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국내 배달 대행 라이더 대다수가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다. 지휘·감독을 할 거면 노동자로 고용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지휘·감독을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지난 5월1일 배달 노동자들로 구성된 라이더유니온이 첫 노동조합 출범식을 마치고 거리를 행진했다.

무늬만 개인사업자인 사실상의 노동자들

최근에는 배달 라이더들이 ‘특수고용 노동자’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본 최초 사례도 나왔다. 배달 대행 서비스 ‘요기요플러스’를 운영하는 ‘플라이앤컴퍼니’ 소속 라이더들이다. 라이더의 신분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지난 10월28일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이들을 노동자로 판단했다. 건당 수수료가 아닌 시급으로 보수를 받았고, 오토바이도 무상으로 대여했으며,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 사건은 시급 1만1500원에서 1만500원, 다시 시급 5000원에 건당 수수료 1500원으로 노동조건이 일방적으로 변경되자 라이더 5명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진정 제기자 중 한 명으로 요기요플러스 라이더였던 이경희씨(32)는 “하루 12시간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주말에도 이틀 다 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사측이 식사 시간을 정했으며, 콜을 처리하지 않으면 강제 배차를 넣거나 시급을 차감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위탁계약서를 쓴 개인사업자인데, 온갖 참견이란 참견은 다 하면서 시급까지 강제적으로 바꾸기에 진정을 냈다”라고 말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 기사들도 ‘노동자인데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된 사례’에 해당될 전망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타다 기사 9000여 명 중 대부분인 8400여 명이 ‘프리랜서’ 신분이다. 이 프리랜서들은 근무일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근무시간이 하루 10시간(최근 근무형태 변경 뒤 최소 5시간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타다 앱에 콜이 뜨면 15초 내에 ‘수락’을 눌러야 한다. ‘미수락’이 일정 횟수를 넘어가면 페널티가 부여된다. 사실상 ‘강제 배차’다. 기사들은 승객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등 타다 운영업체인 VCNC의 지침과 교육 사항을 지켜야 한다. 차는 VCNC의 모회사 쏘카의 소유다. 이 외에도 VCNC가 광범위한 업무지시와 관리감독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처럼 ‘무늬만 개인사업자인 사실상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조금씩 제동을 거는 추세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해고로부터의 보호, 연차휴가, 퇴직금 등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노동조합을 결성해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기업과 노동조건을 논의할 공간이 열린다.

전통적인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이런 권리를 연이어 인정받고 있다. 대법원은 2014년 골프장 캐디, 2018년 학습지 교사와 방송 연기자가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1월15일,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이 대리점주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택배 기사에 대해 법원이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본 첫 판결이다. 앞서 11월14일 부산지방법원도 대리기사는 대리운전 업체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11월18일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으로선 처음으로 서울시에서 노조 설립 신고필증을 받았다.

그렇다면 앞서의 최서경씨 같은 쿠팡플렉스 종사자들은 어떨까. 배송 물품을 차에 싣는 시간과 마감 시간은 있지만 1~2일 전에 근무를 신청해 물량을 배정받는 방식이며 건당 수수료로 보수를 받는다. 현재까지 나온 국내 판례에 따르면 이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일에 일을 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고, 대체로 전업이 아닌 경우가 많으며, 업무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동시장이 더 이상 직접고용으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혁신과 플랫폼의 보편화에 따라 기존 노동법으로 포괄할 수 없는 ‘자영업자’가 자꾸만 생겨난다는 점이다. ‘자율적으로’ 새벽배송에 나섰다가 골반뼈가 부서진 최서경씨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보호해주는 조치’를 확장해오는 일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은 더디고, 우연에 의존하며, 근본적으로 정의롭지 않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20세기의 직업 세계는 임금노동자 중심으로 구축되어왔다. 21세기에는 좋든 싫든, 이게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최소한 몇십 년 동안 쭉 일했기에 법을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용상의 지위를 이동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청년기엔 ‘알바’를 전전하고, 이후에도 정규직과 계약직, 특수고용 노동자, 반실업과 반취업 상태를 왔다 갔다 한다. 퇴직하고 다시 자영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만약 이런 변화가 우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에 불과하다면, 직업훈련을 통해 임금노동으로 복귀시키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이게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면 20세기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임금노동자일 때는 노동법을 적용했다가 자영업자에겐 적용하지 않는 식으로 칸막이를 지어가지고는 제대로 된 보호를 할 수 없다.”

ⓒ시사IN 이명익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의 기사 9000여 명 중 8400여 명이 ‘프리랜서’ 신분이다.

사장님에게도 노동법이 적용된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박제성 연구위원의 제안은 “‘쿨’하게 통으로 다 적용하자”는 것이다.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의 보호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로 넓히자는 주장이다. “탱크가 진입할 수 있는 다리라면 승용차도 당연히 진입할 수 있다. 노동법이, 그야말로 ‘사장님’인 독립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면, 자율적 임금노동자나 종속적 자영업자에겐 당연히 적용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 적용 범위를 예외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라면 범위 끝에 있는 사람들이 늘 문제가 된다. 원칙은 고용상 지위를 불문하고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법과 사회보험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21세기 직업 세계의 정의다.”

이를테면 쿠팡플렉스 종사자도 사고가 나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때 산재보험료는 사업주인 쿠팡이 100% 부담한다. 실업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고(예컨대 고용보험의 사업주 부담분인 보수의 0.8%를 쿠팡이 부담한다), 최저소득을 보장받아야 한다. 현재 쿠팡플렉스 종사자들은 한때 3000원에 달하던 새벽배송 건당 단가가 거의 3분의 1로 떨어지는 등 단가 변동에 속수무책이다. 물량을 배정받았다가 당일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쿠팡플렉스 종사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쿠팡과 교섭할 수 있다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요동치는 단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길이 열린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파업’을 할 수도 있다. 쿠팡은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노동법도 전통적 노동관계를 벗어난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2019년 국회를 통과한,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개정 산안법)이 보호 대상을 기존 ‘노동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넓힌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배달 라이더뿐 아니라 쿠팡플렉스 종사자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노동자’의 범위 자체를 넓혀서 보호를 확장할지, ‘노무를 제공하는 자’처럼 ‘노동자’가 아닌 이들의 범위를 새로 설정할지는 사회적 논쟁이 더 필요하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남(회사)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자율적이면서도 노동을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이들의 등장은 이 전제를 다시 묻고 있다.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처럼 저임금·불안정·비공식 노동시장이 광범위하게 확대된 나라에서는, 드나듦이 경직적인 정규직 일자리와는 다른 ‘액화 노동’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고임금 개발자와 저임금 육체노동으로 대표되는 숙련의 양극화는 이 경향을 더 촉진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뿐 아니라 직업교육과 같은 정책적 개입도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