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필요하면 홍성으로 와요
  • 김은남 기자
  • 호수 437
  • 승인 2016.02.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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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젊은협업농장 이사(50·사진)는 운이 좋았다. 풀무학교(충남 홍성) 교사 출신인 그가 제자 두 명과 함께 협동조합 형태의 농장을 처음 구상한 것은 2011년. 머리 쓰는 일이나 했지 농사일에는 서투르기만 했던 그가 농장을 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다들 “그러다 망한다”라며 심란해했다. 그럼에도 그가 일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농사지을 땅을 수월하게 얻은 덕이 컸다. “젊은이들이 들어오면 노인들만 살던 마을에 활력이 생길 것 같다”라며 인근 홍성군 장곡면 도산리 임응환 이장이 자기 땅을 빌려주는 한편 협동조합 이사로 직접 참여하는 열의를 보인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

그로부터 5년. ‘세 남자가 사랑한 쌈채소’라는 상호로 시작한 농장은 그새 ‘젊은협업농장’이라는 정식 협동조합으로 거듭났다. 660㎡(200평) 규모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농사는 4600㎡(1400평) 규모로 늘었다. 현재는 이곳에 세워진 비닐하우스 여덟 동에서 농장 조합원 7~8명이 1년 365일 친환경 유기농 쌈채소를 재배한다. 프로 농사꾼에게는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 있는 농사 규모지만, 더 무리할 생각은 없다고 정 이사는 말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농장을 세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젊은협업농장은 귀농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노동을 같이하면서 농촌에 적응해가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농장’을 지향한다. 돈 없고 연줄 없는 귀농 초보자들에게 농업 현장이라는 배움터를 제공하되, 일단 농사일에 이력이 붙었다 싶으면 독립시키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이곳을 거쳐간 조합원들이 독립해 새로 만든 농장만 4곳에 이른다. 이들이 나간 자리는 새 사람으로 채워진다. “우리가 생각해도 신기할 만큼 사람이 모여들더라. 귀농 교육을 하는 데는 많지만 현장에서 농업을 몸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어서였던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준비를 거쳐 귀농하려는 젊은이들이 땅을 구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게 되는 현실이다. 농촌에서도 땅 주인들은 귀농자에게 땅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빌려줘봐야 기껏해야 2~3년이다. 농지가 언제 거래될지 모른다는 기대심리 등이 작용해서다. 이래서야 안심하고 농사를 짓기 어렵다. 이에 젊은협업농장은 지난 연말 교보교육대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토지평화기금’에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이 지역 홍순명 밝맑도서관장이 앞장서 조성 중인 토지평화기금은 유럽에서 유래한 공동체 토지신탁(CLT)을 본뜬 것으로, 공동기금으로 사들인 토지를 땅 없는 귀농자 등에게 장기 임대하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에 CLT를 도입하기에는 법적 제약이 너무 많다지만, 농민 초고령화 등으로 실질농지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둘러야 한다”라고 정 이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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