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1일 중국 정부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조슈아 웡은 어느 때보다 외신 인터뷰에 적극 응하며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홍콩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을 역임했다. 〈시사IN〉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전 조슈아 웡에게 홍콩 현지 상황에 대한 기고를 요청했다. 그가 한국에 계속 연대를 호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광둥어로 쓴 7장짜리 원고를 ‘다이얼로그 차이나(Dialogue China)’ 이대선 한국 대표가 번역했다. 중화권 민주 인권운동가들로 구성된 연구단체다. 이대선씨는 조슈아 웡의 한국 언론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늘면서 번역과 소통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조슈아 웡이 친구인 이대선씨에게 직접 부탁했다고 한다.
조슈아 웡이 기고문을 보낸 이후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7월1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것이다. 조슈아 웡이 속했던 데모시스토당은 국가보안법 시행 전날인 6월30일 해산을 결정했다. 조슈아 웡은 7월4일 SNS를 통해 “저는 무탈합니다. 중국으로 송환되지 않았고 그런대로 괜찮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홍콩에 남아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우선 홍콩 민주화 운동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준 한국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중국 정부가 홍콩 보안법을 강행한 이후 나는 세계 외신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급박한 홍콩 상황을 전하고 있다. 한국 언론도 그 어느 때보다 인터뷰를 하는 데 적극적이다. 처음에 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승리의 발판으로 삼고 싶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상황을 전한다면 홍콩과 한국의 연대가 계속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가 몇 건 보도되었는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나에 관한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조선일보〉는 5월30일 조슈아 웡이 홍콩 보안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윤상현 전 의원에게 감사 연락했다는 단독 보도를 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은 40년 전 광주와 같다’라는 발언을 ‘홍콩은 40년 전 광주 사태와 같다’로 잘못 번역해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또 홍콩 보안법에 침묵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뒤로는 내가 현재의 한국 정부 혹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모습으로만 조명되기도 했다. 한국 언론에 많이 실망했다. 그 후 한국 언론과 진행하는 인터뷰를 체크하고 또 체크하게 되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9일 홍콩 시민 100만명은 송환법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 위해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 모였다. 그날 그 시위는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시위자 약 9000명이 체포됐고, 이 중 1300여 명이 기소됐으며 100명 이상이 수감됐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1월 홍콩 지방선거(구의회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후, 홍콩의 자치권을 억압하고 민주화 인사들을 더욱 가혹하게 옭아맬 수 있는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홍콩이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아닌 ‘일국일제(一國一制)’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일국양제, 이 양제(兩制, 두 체제)에서의 홍콩은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갖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시위는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참여 수단이자 플랫폼이다. 이런 정치적 참여를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정치권에 반영되고, 그 결과로 제도와 사회가 좀 더 민주적으로 개선된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홍콩인들의 목소리를 묵살할 뿐 아니라 처참하게 짓밟고 있다.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 시위는 물론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어떤 의견이라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독재’이다. 지금 우리는 홍콩 보안법 반대를 외치며 ‘독재’와 싸우고 있다. 바로 한국 국민들이 독재와 싸워왔던 것처럼 말이다.
광주 시민과 홍콩 시민의 공동 행동
현재 홍콩 상황은 40년 전 광주와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이 광주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광주 시민들은 홍콩 시민들과 손잡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나는 광주 출신 친구인 이대선(다이얼로그 차이나 한국 대표)에게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관련 영문 서적을 읽으며 좀 더 자세히 당시 상황을 알게 되었다. 특히,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 〈변호인〉 〈1987〉 등을 보며 나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이 얼마나 뜨겁고 장대한 역사였는지 알게 되었다.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이어진 한국 촛불시위를 주목해서 보았다. 23회의 촛불시위. 그 시위로 인해 부정을 저지른 권력은 물러가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우리 홍콩 시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40년 전 광주에서 2016년 촛불시위까지, 한국은 독재와의 싸움 끝에 민주주의를 쟁취한 승리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보며, 언젠가는 홍콩에서도 민주주의의 승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우리는 상상한다. 한국과의 연대가 나에게, 그리고 홍콩인들에게 가장 큰 용기와 힘이 되고 있는 이유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홍콩 시민과 한국 국민은 앞으로도 계속 연대의 장을 넓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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