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구별로 주택 가격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갈린다. 사진은 다세대 주택과 대단지 아파트가 나란히 위치한 서울 송파구 일대.ⓒ시사IN 이명익
투표구별로 주택 가격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갈린다. 사진은 다세대 주택과 대단지 아파트가 나란히 위치한 서울 송파구 일대.ⓒ시사IN 이명익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매주 혹은 매일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선거 분석’이라는 말은 통상 여론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해석, 이를 바탕으로 한 각종 패널들의 정무적 발언과 스토리텔링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우리 동네’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우리 동네의 선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시사IN〉과 함께한 이번 분석을 통해 자산가격이라는 변수가 선거에 얼마나 세밀한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다. 특히 자산가격 변화에 민감한 서울 지역을 투표구 단위로 분석했다.

투표구란 각 투표소들의 관할구역을 의미한다. 서울의 경우 한 행정동이 평균 5~6개 정도 투표구를 가지는데, 투표구 단위로 선거를 쪼개서 보면 ‘구’나 ‘동’ 단위로 이야기되는 선거를 조금 더 높은 해상도로 들여다볼 수 있다. 이 투표구에 통계청의 인구, 가구, 주택총조사 자료와 부동산 실거래가, 공시가격을 결합시키면 지역의 특성과 선거 결과의 관계를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주한 지 20년 된 아파트들과 대학가 앞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동네와 이미 재개발이 끝나 작년에 입주한 아파트들의 투표 결과를 분리해서 확인할 수 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한 단지가 여러 투표구로 나뉘기도 한다. 여기에 대중교통 이용 패턴, 생활인구, 상권 정보, 사업체 정보, 공약 등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결합하면 각 투표구가 가진 특성을 더 명확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 표심의 근간은 부동산

물론 투표구 데이터는 동 단위(관내), 자치구 단위(관외)로 집계되는 사전 투표 결과가 반영되지 않으며, 행정구역 변화에 따라 선거마다 관할구역이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 현장 투표와 사전 투표의 후보별 득표 비율은 일정한 관계성을 보이며, (행정적인 변화가 없거나 작은) 다수의 투표구가 연속성을 유지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동일한 관할구역을 유지한 투표구는 전체의 75% 정도로, 1702개 투표구이다(이 지면에서 소개하는 지도 이미지는 모든 투표구를 포함하여 시각화한 것이다. 통계 분석에서는 연속성을 유지한 투표구만 사용하였다).

 

이제 이 투표구들을 바탕으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각 후보가 받은 득표율 격차를 비교해보았다. 〈그림 1〉과 〈그림 2〉를 살펴보자. 국민의힘(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은 투표구를 붉은색으로, 더불어민주당(민주통합당) 후보의 득표율이 더 높은 투표구를 푸른색으로 표기해 비교했다. 색이 짙을수록, 더 큰 득표율 차로 이 투표구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대선은 서울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더 많이 득표했다. 게다가 민주당이 우세한 사전 투표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전역에서 전체적으로 붉은색이 강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색이 없거나 옅은 지역들은 전반적으로 붉게 변하고, 진한 푸른색 역시 옅어지거나 색이 없어진다. 하지만 진한 푸른색에서 아예 진한 빨간색으로 바뀌는 곳은 드물다. 과거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은 다음 선거에서도 그러한 성향을 유지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향이 달라지는 곳은 존재한다. 강한 민주당계 지지 성향을 보이다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계 지지 성향을 강하게 보이게 된 투표구(이하 제1투, 제2투, 제3투…)들이다. 가양3동제5투(가양6단지), 송파1동제3투(석촌역 인근), 사당2동제2투(이수역 인근) 등이 이런 케이스다. 구도에 역행하는,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는 반대의 케이스 역시 드물지만 존재한다. 국민의힘계 지지 성향을 강하게 보이다가 민주당계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망우3동제3투(용마산 인근), 마장동제5투(마장역 인근), 구산동제3투(은평고 인근) 같은 곳들이 눈에 띈다.

물론 선거마다 구도가 다르고, 등장한 후보의 개성 역시 다르며, 선거 어젠다와 정책 공약도 매번 다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 세대 구성, 부동산 가격, 개인적 경험 등과 만나서 이해관계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투표 성향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곳들처럼 정치적 선택이 ‘크게 변화하는’ 투표구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앞서 설명한 요인들과 상관없이 강한 연속성을 유지하는 ‘매우 특별한’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20년간 서울 선거에서, 특히 양자구도의 경우 지역의 득표율 격차와 부동산 (주택)공시가격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선거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주택 가격이 높은 투표구일수록 명백하게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다. 적어도 서울 선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꾸준히 나타난다. 모두가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사실에 가깝다.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사실인 셈이다.

〈그림 3〉과 〈그림 4〉 두 그래프는 2012년 대선부터 2022년 대선까지 10년간 동일한 관할구역을 유지해온, ‘연속성을 가진’ 투표구 1702개소를 분석한 결과다. X축은 각 투표구의 평균주택공시가격, Y축은 거대 양당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민주당계-국민의힘계)를 의미한다. 각 선거 시점의 공시가격과 득표율 격차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계는 대선이 아닌 다른 종류(광역단체장, 국회의원 등) 선거에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공중전’으로 대표되는 정치 구도, 후보의 인물 경쟁력 등 선거에서 강조되는 여러 요인들과 상관없이 ‘밭’이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이러한 관계가 흔들릴 여지는 없을까?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압승’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거에서조차 부동산 가격과 득표율 간의 관계는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 사이의 관계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이 선거의 향방을 결정짓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 데이터를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이 높은 투표구일수록 여전히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후보들이 높은 득표율을 보이지만, 다른 선거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의한 득표율 격차가 덜한 모습이 관찰된다.

‘선거 그 자체’에 집중하는 조금 다른 방법

반면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는 그 격차가 커졌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모여 선거구의 승패가 뒤집히는 현상이 나타난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4년 3월 현재, 서울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실거래가 하락과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기준 개편을 겪으면서 2021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분명 작년보다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각종) 세금을 덜 내게 될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역시 2022년 말을 정점으로 하락해, 2021년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서울 부동산이 ‘꾸준히 상승한다’는 명제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반적인 하락’은 살면서 몇 번 경험하기 어려운, 드문 사건이었던 셈이다. 최근 30년 사이에 2022년 11월~2023년 3월의 하락세보다 강한 하락세를 경험한 시기는 딱 한 번, 1998년 1월부터 6월까지였다. 서울에 살고 있는 유권자들은, 이런 경험을 두고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될까? 상승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을까? 대다수 지역들이 ‘하락’하는 가운데, 어떠한 이유에서건 ‘호재’가 있는 동네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보이게 될까?

여기서부터는 이제 ‘동네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라면, 내 주변의 사람이라면, 혹은 건너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 정도라면, 우리 동네 선거 이야기를 할 정도의 기본 자료는 마련된 셈이 아닐까. 잠깐이나마 ‘선거 그 자체’에 집중해,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두고 민주주의의 꽃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기자명 신수현 (도시 데이터 분석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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