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정영신 외 3명이 함께 쓴 〈제2공항 너머, 시민의 대안〉(진인진, 2019)을 읽었다. 공저자 4명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국의 공항들은 갈수록 ‘문제적 현상’이 되어가고 있다”라는 말로 이 책을 시작한다.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의 15개 전국 공항(국제공항 8개, 국내공항 7개) 당기순이익 현황을 보면, 인천국제공항과 제주·김포·김해·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공항이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은 사실상 문을 닫았고,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839억6100만원이라는 가장 큰 손실액을 냈다.

ⓒ이지영 그림
ⓒ이지영 그림

그런데도 새만금을 비롯해 부산 가덕도신공항·대구통합신공항 등 전국 여덟 곳에서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11월, 서귀포 성산읍으로 확정된 ‘제2공항 건설안’을 발표했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호응하면서 제2공항 건설은 도민의 근심거리가 되었다. 2021년 2월18일,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이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공항 찬반 조사’ 결과 두 기관 모두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다. 주민투표를 거부했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주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이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했다. 원 전 지사의 후임인 오영훈 제주도지사 역시 올해 7월 한국갤럽이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 여부를 묻는 찬반 여론조사에서 76%라는 압도적인 찬성 결과가 나왔는데도, 주민투표를 거부하고 있다.

개발을 환영해야 할 주민들이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근대화와 관광 개발을 지상 명제로 여겨왔던 제주인들에게 공항은 근대화와 번영을 위해 나아가는 관문이었고 관광 개발이 성공하고 있다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상황은 달라졌다. 관광객과 인구의 폭증에 따라 오폐수나 쓰레기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고, 갈수록 심해지는 난개발에 ‘제주가 버티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관광 개발과 그 상징인 공항의 팽창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제 그런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제주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해결책’이기보다 문제의 근원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로 올라와 크레그 린드버그·도날드 호킨스가 엮은 〈생태관광〉(일신사, 1999), 엘리자베스 베커의 〈여행을 팝니다〉(명랑한지성, 2021), 알렉산더 코글란의 〈지속가능한 관광〉(청람, 2023)을 차례대로 읽었다. 전 세계에서 산출된 관광산업에 관한 여러 지표는 놀랍기만 하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관광산업의 규모다. 관광산업은 총경제력에서 석유나 에너지, 금융, 농업 등과 동급이다. 석유가 나지 않는 저개발 국가에서는 관광산업이 석유를 대신하고 있으며, 프랑스같이 다양한 산업을 갖춘 경제 강국에서도 관광은 국가 기반산업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알렉산더 코글란은 관광이 각 나라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사실상 관광은 ‘수출’이다”라는 말로 요약한다. 아무도 관광 자체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여행지에서는 더 많이 소비하고 배출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는 2012년 국제 여행이 사상 처음으로 한 해 10억 건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엘리자베스 베커는 지구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한 걸 생각하면 여행객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여행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다급한 질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침내 여행과 관광은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논의할 주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관광은 매연을 배출하지 않는 무연산업으로 불려왔으나, 1960년대에 제트 항공 시대가 펼쳐지면서 대중의 항공 여행이 일상화되었다. 항공산업은 한 해에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의 2%를 차지하며 국가로 치면 12위에 해당하는데, 항공산업의 80%가 관광 관련 산업이다. 문제는 여행객 한 명이 비행기로 해외에 나갈 때마다 한 가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에 있지 않다. 관광이 가진 쾌락적이고 도피적인 성격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집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물과 에너지와 일상용품을 소비하게 하고 그만큼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조차도 휴가 때에는 친환경 관련 행동이 감소한다고 한다.

관광이 가난한 나라와 낙후 지역의 경제를 돕는다는 것도 관광산업에 대한 상투적인 오해다. 관광 선진국인 이탈리아와 관광에 국가 부흥을 통째 매단 캄보디아까지 온갖 현장을 누비고 다닌 엘리자베스 베커에 따르면, 관광산업이 가난한 나라와 낙후 지역에 사는 주민을 경제적으로 돕기는커녕 “빈부격차와 불공정, 빈곤이 만연한 데에 관광도 일조”한다고 말한다. 이름난 관광지나 관광 개발 지역은 “부자와 권력자의 손아귀”에 있으며, 관광지는 그들의 이해에 따라 다국적 자본과 지역 외부의 자본에게 할양된다. 베네치아 주민은 관광객이 올려놓은 물가와 주거비 상승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으며, 시아누크빌을 비롯한 캄보디아의 여러 해변과 섬에서는 주민들이 강제퇴거 당했다.

지난 4월, 제주도가 입도세로 불리는 환경보전 분담금 도입을 추진하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무산되었다. 제주도가 입도세를 도입하려 했던 이유는 2016년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제주의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장의 용량만으로는 오폐수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더 이상 매립할 수 없는 압축 쓰레기 3394t을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다가 반환되었던 사건은 제주도의 과잉 관광(overtourism)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관광산업은 관광지의 산업구조를 관광에 특화되도록 강제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자립 기반을 빼앗고, 주민을 외지에서 온 거대 관광산업의 하수인으로 만든다. 제주도지사는 입도세 추진으로 제주 주민을 육지인(관광객)의 욕받이로 만들지 말고, 제주도에 관광산업을 구축한 외부 자본과 제주도에 숱하게 널려 있는 프랜차이즈 기업에 환경보전 분담금을 물리라.

지속가능한 관광 혹은 생태관광은 ⓛ환경보호(+지역사회의 문화 보존) ②지역 주민의 복지 향상과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관광객과 관광산업에 책임 있는 여행이라는 의무를 지운다. 제주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는 제주 주민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자, ⓛ은커녕 ②조차도 온전히 보장해주지 못하는 일이다.

기자명 장정일 (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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