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국제 뉴스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활동하는 국제연대 활동가나 외신기자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비서구권 이슈는 주로 전쟁, 재난, 사고가 벌어졌을 때 집중 보도되고 평소에는 주변적으로만 다뤄진다는 것이다. 우리(한국)만의 관점이 안 보이고 서구의 주류 언론을 받아쓰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도 늘 제기된다. 그래서인지 가끔 이런 얄궂은 반응도 만난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그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정까지 알아야 하나?’ 국제 기사를 ‘잘’ 쓰는 이들은 여기에 답한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당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저자는 그런 이들 중 한 명이다. 여러 분쟁을 취재했지만 로힝야처럼 완벽하게 고립되고 짓밟힌 커뮤니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집단살해라는 뜻을 지닌 제노사이드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지 않는다. 반세기에 걸쳐 비인간화와 낙인 찍기, 시민권 박탈이 서서히 이뤄지고 혐오 스피치와 폭력이 고조된 결과다. “공동체 지도자가 특정 집단을 차별해도 된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그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훗날 대가를 치를 것이다. 로힝야 제노사이드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다.” 십수 년간 로힝야 이슈와 미얀마 북부 내전 현장을 집중 취재한 저자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국익이 아닌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국제 이슈를 바라보는 태도를 보여주는 드문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경험을 근거로 타자를 바라보는 데 익숙한 사회에서 민족, 인종, 국가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분쟁은 늘 피상적이거나 자극적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 갈증을 느껴온 저자는 타자의 경험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반추해보자고 제안한다. 제노사이드라는 역사적 뿌리와 메커니즘을 추적한 방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세계정세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는 가운데 국제 뉴스의 효용을 묻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증오의 시대는 미얀마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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