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외신기자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서구권 언론사들이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관심이 많고, 한국 주재 기자들에게 관련 리포트를 계속 주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설명하는 ‘관심의 배경’이 의외였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이 한국의 저출생을 ‘이색적인 뉴스’가 아니라 ‘우리에게 곧 일어날 예고편’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외신들에게 한국은 전 세계적인 ‘인구와 사회의 축소’를 먼저 겪는 ‘테스트베드’로 평가받고 있었다. 한국 상황에만 몰두해 취재하던 입장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곧바로 이 책을 떠올렸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펼쳐질 인구와 경제의 축소, 그리고 그 여파로 이어질 ‘도시의 축소’를 다루고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는 오랜 시간 미국 도시계획 실무자로 일하며 많은 도시가 쇠락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 쇠락이 미국 일부 도시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확장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인구문제로 시끌시끌한 한·중·일 3국 외에도 타이·이탈리아·레바논·쿠바 등이 곧 인구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2050년부터 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 보고 2070년부터 전 세계 총인구도 줄어들 것이라 전망한다.
저자는 축소 사회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축소를 ‘잘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축소로 인한 정치·경제적 충격은 결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흥하는 도시·국가는 천천히 축소하는 반면 축소가 이미 시작된 곳은 더 급속도로 쇠락한다. 이 과정에서 대두될 정치 혼란 역시 잠재적 위협이다. 사람이든 돈이든 도시든, 성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그동안의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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