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연방 보건장관이 대마 합법화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PHOTO
2월23일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연방 보건장관이 대마 합법화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PHOTO

2월23일 독일 연방의회가 대마초 부분적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407표, 반대 226표, 기권 4표였다. 2021년 출범한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립정부는 연정 합의서에 대마초 합법화를 명시했으며, 2022년 가을, 연방 보건장관 카를 라우터바흐가 법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그는 표결 직전 의회 연설에서 새로운 법안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목표로 암시장 척결과 청소년 보호를 들었다.

라우터바흐 장관은 독일의 대마 소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마 흡연이 뇌에 영구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청소년과 18~25세 청년층의 소비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대마초 금지 정책이 이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마초로 인해 형사 고발되는 경우가 한 해 평균 18만 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청소년의 대마초 흡연 비율이 50%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18~25세 연령의 대마초 흡연 비율은 100% 늘었다고 설명했다. 라우터바흐는 대마초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 오히려 현실적 교육과 관리가 어렵다며 합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직범죄를 통한 대마초 거래 또한 오랫동안 대마초 불법화 정책의 실패 사례로 지적되어왔다. 연방 범죄수사국이 〈타게스슈피겔〉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독일 마약 거래의 60.2%가 대마초였으며 이들 대부분은 범죄 조직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방 범죄수사국은 이들 범죄 집단이 최근 몇 년 사이 스페인에서 대마초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이를 프랑스를 통해 독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마초는 범죄 조직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대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유해한 물질을 섞는 경우도 많다. 범죄 조직이 향정신성 물질인 THC 함유량이 높은 대마 종을 재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의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거래되는 대마의 THC 함유량이 과거에는 10% 미만이었지만 최근 십수 년간 점점 높아져서 최근엔 30~40%대 제품도 거래되고 있다.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4월1일부터 18세 이상 성인은 자가소비를 위해 자기 집에 건조 대마를 최대 50g까지 보관할 수 있다. 외부에는 최대 25g까지 휴대할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대마를 최대 세 그루 재배할 수 있다. 7월부터는 비영리 대마초 재배 클럽을 통해 대마초를 공동으로 재배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허가받은 클럽은 독일에 거주하는 회원을 최대 500명까지 받을 수 있으며 회원들에게 하루 최대 25g, 월 최대 50g까지 대마초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클럽 내에서 대마초 흡연을 하거나 미성년자가 클럽에 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한 클럽은 예방·중독 및 청소년 담당자를 지정해야 한다.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면 과거 대마초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람 중 25g의 이하의 대마초를 소유하거나 세 그루 이하의 대마를 재배하다 적발된 사람은 신청을 통해 처벌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 체육시설같이 미성년자가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100m 이내에서 대마초를 흡연하는 것은 금지된다. 인도(人道)에서는 오후 8시 이후에만 허용된다. 대마초 흡연 등으로 적발된 미성년자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대마초 판매는 여전히 불법이다. 미성년자에게 대마초를 판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최소 2년 징역형으로 전보다 강화되었다.

두 번째 단계로, 독일 정부는 대마초 합법화 이후 일부 지역의 약국이나 정부에서 허가받은 매장을 통한 대마의 상업적 판매를 시범 허용할 계획이다. 베를린과 브레멘 주정부가 시범 운영에 공식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2017년부터 이미 시행 중인 의사 처방에 따른 치료용 대마 거래는 동일하게 유지된다.

2월23일 독일에서 대마초 부분적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 PHOTO
2월23일 독일에서 대마초 부분적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AFP PHOTO

야당과 의학계 일부는 반대

이번 개정안은 오랜 논쟁 끝에 통과되었다. 연정 합의를 통해 합법화를 결정한 정부 여당 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 녹색당과 자민당 연방 의원들이 조속한 법 통과와 전면 허용을 촉구한 반면, 사민당은 부분 허용이나 시범 운영을 선호했다. 일부 의원의 경우, 정부 합의안이 도출된 이후에도 공개적으로 정부안을 비판했다. 최초 법률을 계획할 당시에는 어린이집이나 학교 입구 200m 내에서 대마초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책임 관청의 관리 수월성을 들어 보호구역을 100m로 축소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새로운 법률안이 조직범죄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히 평가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 목표 달성을 예측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연방정부가 재정 문제 같은 다른 중요한 사안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진행하면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늘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법안이 의회를 통화했지만 의학계 일부는 중독성과 뇌 건강을 이유로 계속해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제1야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도 비판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야당은 특히 정부안이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한다. 기민당·기사당 원내 부대표인 도로테 바르 의원은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마약 퇴치를 위해 1988년 맺은 유엔 협약에 따라 대마의 허용을 의학 및 학술의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유럽연합 법률과 불합치할 가능성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법률은 2004년 합의에 따라 대마를 포함한 향정신성 품목의 경작·생산·소비를 금지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수 회원국에서 대마가 용인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미 1970년대부터 일부 마약의 판매가 허용되었으며 ‘커피숍’이라는 이름의 상점에서 대마를 구입할 수 있다(네덜란드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카페’와 대마를 구입할 수 있는 ‘커피숍’을 구분해서 부른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대마의 경작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마를 판매하는 커피숍들이 불법적 경로로 유통되는 대마를 구입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체코에서는 대마 자체는 불법이지만 소량을 자체 흡연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벨기에에서는 경찰이 대마 소지자에게 벌금 25유로(약 3만6000원)를 부과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들뿐 아니라 스페인·포르투갈·몰타·룩셈부르크 같은 나라에서도 개인의 사적인 대마 소비는 사실상 용인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유럽의회 내에서도 현실적인 건강관리와 조직범죄 근절을 위해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마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술이나 담배처럼 이미 허용된 기호품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대마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대마 합법화를 강력 반대하고 있으며 동유럽 일부 국가도 합법화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독일이 합법화의 길에 들어서면 유럽연합의 현 법률이 갖는 실효성이 더욱더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 내 보수정당들 또한 합법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리라는 예측도 있다.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독일의 실질적인 대마 합법화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연방 상원이 조정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하원 통과만으로 효력을 갖지만 법안의 실행을 담당하는 상원이 현실적 문제를 들어 실행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정부·여당은 대부분의 주정부에 사민당이나 녹색당, 자민당 중 한 당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원이 개정안의 실행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민당·기사당 연합을 중심으로 상원이 조정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이 그리 낮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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