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일 〈시티즌뉴스〉의 언론인들이 폐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 PHOTO

1월4일 폐간한 홍콩의 독립언론 〈시티즌뉴스〉는 〈시사IN〉과도 인연이 깊다. 〈시티즌뉴스〉 창간 멤버인 크리스 영 전 홍콩기자협회장은 ‘2018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 발제자로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우산혁명 그 후, 권력과 언론’을 주제로 홍콩 언론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알렸다. 그로부터 반년 뒤 홍콩에선 송환법 반대 시위가 전개되었고, 1년여 뒤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되었다. 〈시티즌뉴스〉의 탄생부터 폐간까지의 이야기는, 곧 홍콩 언론 현실 그 자체이기도 하다. 〈시티즌뉴스〉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홍콩 기자가 이 매체의 폐간을 둘러싼 논란과 고민을 〈시사IN〉에 단독으로 전했다. 해외 기고 역시 홍콩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서 익명으로 전한다.

“세상이 뒤집혔지만, 잘못된 것은 옳은 것이 될 수 없고 거짓말은 진실이 될 수 없다.” 2017년 1월1일 설립된 광둥어 온라인 플랫폼인 〈시티즌뉴스(CitizenNews)〉의 홍콩 언론인들이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지난 10년간 홍콩 언론 자유와 독립의 점진적 침식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이 상황을 우려한 언론인들은 시민들의 구독과 후원을 통해 자금을 충당하는 온라인 매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한 이 언론인들은 방대한 지식과 탄탄한 경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언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전통(old-school) 저널리즘’의 전문적인 실무자들로 평가받는다.

1월4일 〈시티즌뉴스〉가 문을 닫았다. 그 배경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로 촉발된 사회운동의 여파는 홍콩 사회를 분열시켰다. 특히 심화된 것은 홍콩 내 관점의 양극화였다. 언론계에서도 친중·친정부 언론을 지칭하는 ‘파란’ 언론과 친민주파 언론을 뜻하는 ‘노란’ 언론 사이에 첨예한 구분이 나타났다.

중국어로 된 〈대공보〉와 〈문회보〉(두 매체는 중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와 〈성도일보〉 등 파란 언론의 목록이 훨씬 더 길다. 홍콩 기득권 진영이 노란 언론으로 낙인찍은 곳은 〈빈과일보〉와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 〈시티즌뉴스〉이다. 사업가 지미 라이가 설립한 〈빈과일보〉는 지난해 6월 말에 운영을 중단했다. 라이 회장은 홍콩 국가보안법상 양대 범죄인 외국 세력과의 유착 및 국가권력 전복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입장신문〉은 경영진과 편집진이 체포되고 사무실이 급습된 후 12월29일 문을 닫았다. 전·현직 편집장 두 명은 출판물을 이용한 선동 기도 혐의로 기소되었다. 〈시티즌뉴스〉는 〈입장뉴스〉가 폐간한 지 나흘 뒤인 1월2일 페이스북을 통해 ‘1월4일부터 뉴스 업데이트를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티즌뉴스〉 크리스 영 선임기자는 폐간이 발표된 다음 날 아침 기자들 앞에서 “언론사가 더 이상 ‘법적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쓴 기사와 보도들이 법을 어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시티즌뉴스〉가 법 집행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아니지만, 온라인 언론사가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직간접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시티즌뉴스〉가 폐간한 직후, 몇몇 소규모 온라인 매체들이 비슷한 행보를 발표했다. 지난 10년 동안 홍콩 누리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었던 홍콩 온라인 매체의 전면 붕괴는 미디어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다가왔다. 지난해 6월, 지미 라이의 〈빈과일보〉와 그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소멸로 이미 홍콩 독립언론의 수명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전달됐음에도 말이다. 그런데도 이후 전개된 언론사 폐간의 속도와 범위는 언론계와 사회 전반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빈과일보〉가 문을 닫자마자 〈입장신문〉은 이미 다음 타깃으로 지목된 상태였다. 〈입장신문〉은 지난해 5월 온라인에 게재된 모든 콘텐츠를 닫겠다고 발표하고 기부금 수령을 중단했다. 위기의 뇌관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조치로 보였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입장신문〉의 보도는 온건하다고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친중파 진영에서는 ‘편리하게’ 노란 언론으로 낙인찍혔다. 경찰이 〈입장신문〉을 압수수색하고 편집진과 경영진을 체포하자, 〈시티즌뉴스〉팀과 독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던 이유다.

“곤경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들의 두려움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사회·정치 전반의 현장은 안정됐지만, 민주 진영의 단체와 언론사에 대한 단속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9조는 정부가 “학교, 대학, 사회단체, 언론, 인터넷 등 국가안보 사항에 대해 공공의 의사소통, 지도, 감독 및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등 범죄인 인도법에 관한 대중의 소동이 폭발하자, 정부는 인터넷과 일부 언론매체의 ‘가짜뉴스’에 책임을 돌렸다. 그들은 입법을 포함해 가짜뉴스를 다루기 위한 여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온라인 매체와 전통 매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홍콩 언론인들에게는 2020년 7월1일 이후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공격적인 방식이 심각한 ‘냉각 효과’를 낳았다. 특히 정부가 〈입장신문〉 압수수색 및 기소에 대한 정치적 반대 의견을 잠재우기 위해 기사의 죄목을 ‘선동적인 출판물’로 규정지었다는 사실은 언론인들 사이에서 파멸감과 우울감을 심화시켰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 있던 1967년 폭동 때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이 선동물 유포 혐의다. 당시 표적이 된 이들은 친중 성향 인사들과 언론사였다. 그들은 식민지 정부에 대한 대중의 혐오를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 편집자와 기자들을 법정에 세우려고 법이 발동되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이 ‘가혹한’ 법이라고 설명한 이 법 조항은 언론매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정부의 잘못과 정책 실패에 대한 어떤 비판적인 논평이라도 선동 혐의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 시행이 (50여 년 만에) ‘재활성화’된 지금, 홍콩 언론인들은 이 법이 언론 자유를 억제하는 또 다른 법적 무기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른 자유주의 국가들처럼 홍콩 언론도 권력남용에 대한 감시자 구실을 해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이 다른 자유들 중에서도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거듭 장담했다. 그러나 홍콩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18개월이 지난 지금, 홍콩의 시민사회는 무너지고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 사이의 통합이 깊어지고 넓어지면서, 언론 부문도 국경 반대편에 있는 언론 시스템에 더 가까워지는 ‘개편’을 겪고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다.

익명을 요구한 〈시티즌뉴스〉의 한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매우 슬프지만, 그 결정을 이해한다. 우리 팀의 누구도 곤경에 빠지길 원하지 않는다. 다만 폐간 결정이 단 며칠 만에 내려졌기 때문에 우리 대부분이 아직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중 일부는 다른 일거리를 찾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이 저널리즘의 길이 끝났다고 느낀다. 홍콩 독립언론의 미래는 암울하다.”

기자명 익명의 홍콩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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