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올해 한 교양 수업에서 유달리 반가운 공지를 마주했다. “과제 진척 과정에서 교수자와 논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코로나 학번(20학번)’인지라 새로운 강의실에 들어가는 설렘은 느낄 수 없었지만 다른 차원의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학기가 끝나면 강의마다 A부터 F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은 분분하지만, 결과를 떠나 학생들은 어떤 걸 틀렸는지, 어떤 게 부족했는지, 과제는 잘 수행했는지에 궁금증이 들기 마련이다.

앞서 말한 교양 수업에서는 보고서 주제 선정부터 시작해, 제출했던 모든 과제와 시험에 대해 교수자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주제를 선정할 때 고민되던 것들도 논의할 수 있었고 결과물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덕분에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 전 학기 전공 수업에서는 보고서에 대한 간략한 피드백을 댓글로 받은 적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그 짧은 피드백도 값진 자양분이 되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도 나는 항상 호기심이 많고 질문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공부 중에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에게 돌아오는 정답은 ‘그냥 외우자’라는 단순 주문이었다. 대학에 오면 질문에 질문을 거듭해서 답을 찾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학습자에 대한 교수자의 피드백이 의무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2017년 한국개발원의 〈대학의 교수·학습 질 제고 전략 탐색 연구(Ⅴ)〉에 따르면 교수자는 피드백 제공과 학습 내용의 적용 기회를 주는 면에서 낮은 실행 정도를 보였다.

해외 대학들은 어떨까? 스웨덴의 경우 학생이 과제나 시험을 준비할 때 교수와 티타임을 가지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스웨덴 말뫼 대학은 모든 과제와 시험에 교수자의 피드백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자율적으로 학생이 교수에게 피드백 워크숍을 요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보통 시험이 끝나면 시험지를 다시 돌려받는 경우가 드물지만, 캐나다 앨버타 대학에서는 시험이 끝나면 채점 후 시험지를 돌려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시험과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의무로 규정된다 할지라도 교수의 업무 과중, 대형 강의인 경우 인력 부족 등 각종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사례들도 우리나라 교육환경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무작정 도입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그냥 외우자’로 귀결돼온 것이 12년간의 초·중·고 교육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대학에서조차 바뀌지 않는다면 고등교육의 발전은 물론이고, 초·중·고 교육혁신도 이루어지기 힘들다.

‘공부는 망치로 하는 것이다’

현재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과 화상 미팅을 적극 활용한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피드백을 제안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성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거창한 피드백이 아니어도 좋다. 이미 치른 시험지를 돌려주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온라인 학습 게시판을 만들어 시험문제나 과제에 대한 학생들의 치열한 논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

‘공부는 망치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갇혀 있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나가는 과정이 공부라는 뜻이다. ‘대학(大學)’이라는 이름처럼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대학은 조금 더 질문과 답, 실패와 발전이 오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자명 방의진 (성공회대 재학생·<회대알리>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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