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어린이집 교사인 나는 매일 아이들을 만난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행동을 하는 순수한 아이들 모습을 볼 때면 어린이집에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나를 웃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음에도 어린이집에서 일하면서 정말 피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어린이집 평가제’다.

어린이집 평가제도는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제도다. 관찰자가 어린이집을 방문하여 영유아들이 즐겁게 놀이하고 안전한 곳에서 생활하는지, 영유아 보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평가 자체만 보면 부모, 영유아, 보육교사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어린이집 평가를 받는 해가 되면 보육교사들은 이미 평가가 끝난 어린이집으로 이직을 희망하기도 한다. 어린이집 평가를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보육교사로 일하며 어린이집 세 곳에서 평가를 받았다. 그때마다 어린이집 평가 두세 달 전부터 거의 매일 밤 11시가 넘도록 야근을 했다. 평가 2주 전부터는 평가 준비를 하느라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어린이집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지표가 있는데 그 지표에 맞게 모든 것을 준비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표는 매우 구체적이어서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신경을 써야 한다. 책상과 교구장의 배치는 안전하게 되어 있는지, 청소나 점검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놀잇감의 크기와 재질은 영유아들이 놀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지표가 기준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지적 사항이 된다. 각종 서류도 기준에 맞아야 한다. 여러 항목 중 서류 평가 비중이 가장 크다. 하루 중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관찰만으로는 어린이집의 모든 부분을 평가하기 어려우니 많은 부분을 서류로 평가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어린이집의 환경이나 활동은 이미 보육교사들이 항상 신경 써서 관리하는 것이기에 평상시 운영을 잘했으면 평가 준비가 어려울 게 뭐냐는 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육교사들은 서류 준비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평가지표의 해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서류를 다 준비했는데도 평가에 유리하도록 이미 A등급을 받은 다른 어린이집의 서류 양식을 가져와 기존 서류 양식을 모두 바꾸라고 교사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페이지 방향과 내용의 순서가 약간 다를 뿐 같은 내용을 기입하는 서식인데도 말이다. 기존 서류를 새로운 양식으로 바꾸기 위해 또 야근을 해야 한다. 어린이집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고 하면 원아 모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평가를 준비하는 곳이 많기에 평가 준비를 하는 기간에 보육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후배 교사 중 한 명은 ‘어린이집 평가를 준비하는 동안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 기간에는 업무가 많아 아이들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있던 어린이집도 서류 준비를 잘하여 A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등원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린이집 평가 당일에 관찰자는 보육교사들과 영유아 간의 상호작용, 놀이하는 모습, 급·간식을 배식하는 모습 등을 관찰하는데 이때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어린이집에서는 돌발 상황을 막으려 미리 손을 쓰기도 한다. 등원 시간이 분주하기에 그 시간에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겨 지적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 평가일에는 관찰자보다 먼저 등원하도록 부모들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산만하거나 자주 우는 영아는 평가 당일에 아예 등원을 하지 말아달라며 결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린이집 평가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 평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평가 방법이 개선되어 본래 목적대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기자명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