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3월2일 입학한 1학년 신입생들은 이제 학교생활에 적응해서 제법 주인 모양새가 난다. 정규수업 시간을 의젓하게 자기 자리에서 받고 점심 급식을 마친 아이들이 신나게 가방을 메고 돌봄교실에 입실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 지금 피아노 (방과후) 수업 갈까요?” “아니, 조금 있다가 1시10분에 가요.” “오늘은 피아노 갔다가 와서 간식 먹고 독서 프로그램 하러 가면 되겠다.” “3학년은 오늘 마지막 시간만 돌봄이네! 그때 와서 간식 먹자.” “선생님 지금 몇 시예요?” “지금 12시53분이에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어요.”

우리 학교 아이들은 돌봄과 방과후 수업을 같이 받는다. 돌봄 중간중간 방과후 수업에 참여했다가 돌아와 다시 돌봄교실에서 지낸다. 아이들의 행동과 눈빛에 망설이거나 어색한 눈치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 학교, 우리 교실, 자신의 수업. 주인으로서 당연한 모습이다. 매일 매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자라는 것이 보인다. 코흘리개 모습을 보이며 연신 “선생님!”을 호출해대던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고 나면 대화를 나눌 때 말투나 생각들이 저학년 때와 너무 달라 혼자 웃고는 한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나면 각종 체험활동이 시작된다. 5월의 학교 월중 행사는 달력을 빼곡히 채운다. 5월 행사의 시작은 대개 어린이날 행사다. 예년 같으면 학부모를 초대하고 동네 분들도 방문해서 왁자지껄한 체육대회가 열렸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체험활동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올해 어린이날은 학부모와 외부 손님을 초대하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만을 위한 작은 행복 축제를 열었다.

지난해 가을 즈음 체험활동을 전혀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행사업체에 의뢰해 에어 바운스와 몇 개의 놀이기구를 학교에 설치하고 푸드 트럭을 빌려 신나게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올해 어린이날 행사 때도 그를 활용하며 몇 가지 프로그램을 추가해, 이틀간의 ‘행복 축제’를 열었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 50인 이하의 작은 학교라 지난해 긴급돌봄 기간 이후부터는 전 학년이 등교한다. 마스크를 쓰고 방역 기준을 준수하면서 학내 생활을 해야 하니 어려움은 있지만 그나마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학내 생활이 이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방역과 교육의 균형 속에서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신나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선생님들과 교직원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코로나19가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신나게 뛰고 웃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현 상황에서 최대한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어른들이 찾아주어야 한다.

학교가 가장 학교답고 활력 넘칠 때

“수한초 어린이 여러분!” “네!” “신나게 놀 준비 되었나요?” “네!” 목소리가 쩌렁쩌렁 온 학교를 울린다. 축제를 시작하기 전 인사 말씀과 당부 사항을 전달받고, 다치지 않게 스트레칭을 끝낸 아이들은 피스톤을 당기기 전 탄창 안에 들어 있는 총알 같다. 방아쇠 당기기만을 기다렸다 순간적으로 ‘탕’ 하고 폭발하며 탄창을 벗어나 공기를 가르는 것처럼, ‘이제 열과 오로 묶인 대형을 벗어나 놀이를 해도 좋다’는 말을 온몸으로 기다리고 있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계절, 코로나19 속에서도 학교는 주인들의 활기차고 행복한 기운으로 넘실거린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수다 소리, 웃음소리와 간혹 들리는 옥신각신 말다툼 소리, 뛰어다니는 발소리 등으로 소란스러울 때 학교는 가장 학교답고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기자명 강선여 (충북 보은군 수한초교 돌봄전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