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선생님은 무슨 과목 몇 학년 선생님이에요?” “저도 선생님이랑 여기(특수학급)에서 수업하면 안 돼요?” 나는 중학교에서 2년째 재직 중인 교사다. 학교에서 나와 마주친 일반학급 학생들은 신임 교사에게 호기심을 갖다가, 왜 수업 시간에 나를 만나지 못하는지 의아해한다.

나는 특수교사다. 현재 일반 중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장애로 인해 특수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은 흔히 알려져 있는 특수학교에 다니기도 하고 나의 학생들처럼 일반 초중고의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특수학급 학생이라고 해서 온종일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듣지는 않는다. 학생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학생의 경우 일주일 수업 32시간 가운데 10~14시간 정도를 특수학급에서 공부한다.

일반학급 1~3학년 교실은 학교 건물 3~5층에 고루 분포해 있지만 특수학급은 1층 복도 끝 쪽에 위치해 있다. 휠체어 이용 학생, 시각장애 학생 등의 편의를 고려한 설계다. 분리된 층과 구조로 인해 특수학급이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는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3년간 모른 채 졸업하는 학생들도 왕왕 있다.

학교마다 편차가 크지만, 내가 담당하는 학생은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도 지적장애, 또는 경계선 지적장애 학생들이다. 학생마다 편차도 있다. 특수학급과 일반학급 수업을 병행하는 한 학생을 두고 한 동료 교사는 물었다. “이 학생은 말도 잘하는데 왜 특수학급에 있나요?” 같은 학생을 두고 또 다른 교사는 이렇게 묻는다. “이 학생은 일반학급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왜 일반학급에 있어야 하나요? 계속 특수학급에서 지내면 안 되나요?” 이 두 질문은 사실 특수학급의 본질을 묻고 있다.

첫째, 말을 잘하는 학생이 특수학급에 있는 이유는, 특수학급의 교육 목표는 언변 능력이나 학업성취가 아니라 성인기의 자립적인 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 실현을 위해 특수학급에서는 국영수 기초학습도 지도하지만 청소·요리·원예·공예 등 아이들이 작은 성취감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에 더 주안점을 둔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실패 경험을 누적한다. 특수학급 교실에서 나에게 수다쟁이처럼 미주알고주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던 학생도 일반학급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조용히 앉아 다른 학생이나 책상 위 물건에 시선을 두고 있다. 이해하려 노력해도 어려운 수업 내용, 주제 전환에 맞추어 따라가기 어려운 대화 등을 경험하며 아이들은 스스로 작아지는 것이다. 주변부에 존재하던 학생들에게 개개인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특수학급은 자신이 주인공인 공간이다. 자기 효능감을 충전하고 단순한 말의 나열이 아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면서, 학생들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간다.

지금은 분리 교육이 더 좋을 수 있어도

둘째, 일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생도 일반학급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지향하는 이유와 같다. 지금은 분리 교육이 장애 학생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 보일지라도, 결국 이 학생이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할 사회는 분리가 아니라 통합되어 살아가는 곳이다. 특히 약자의 분리는, 그 시작이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수로부터 고립과 외면을 받게 된다. 장애 학생에게도 비장애 학생에게도 서로가 함께하는 경험은 장애인을 어디에서 만나도 자연스러운 사회, 누군가의 소외와 차별이 부자연스러운 미래를 꿈꾸기 위해 필요하다. 모두가 경험하는 보편적인 삶의 공간인 학교에서부터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당연한 일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기자명 송은진 (경기도 안산시 선일중학교 특수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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