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5월은 감사를 표현하는 달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특별한 날을 빌려 많은 이들이 카네이션이나 선물을 건네며 감사를 표현한다. 11년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해온 나도 스승의 날에 선물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김영란법이 생기기 전, 비싼 선물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작은 선물은 감사히 받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동안, 선물을 받았던 상황은 기억이 나지만 어떤 선물을 누구에게 받았는지 정확히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중 기억에 남는 아주 특별한 선물 두 가지가 있다.

8년 전, 6세 반 담임교사였을 때의 일이다. 스승의 날 아침에 당시 우리 반이었던 승연이(가명)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승연이는 하트가 그려진 예쁜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종이 세 장이 들어 있었다. 삐뚤빼뚤하지만 꾹꾹 눌러쓴 승연이의 편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각각 쓴 편지까지, 모두 세 장이었다. 온 가족이 감사편지를 써준 것이다. 편지 상단에는 귀여운 쿠키도 붙어 있었다. 그날 다른 선물들도 받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감동적이었다. 내가 맡은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는 일은 종종 있었는데 아이의 아버지까지 손편지로 감사를 표현해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을 알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나는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다른 선물 하나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한 졸업생이 보내준 선물이다. 어느 날 아침 유치원으로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편지봉투 안에는 치마를 입은 예쁜 여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선생님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라는 글귀를 적어 그림 편지를 써서 보내온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선생님은 너무 어릴 때 만나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졸업 후에도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했다.

요즘 종종 아동학대 사건이 보도된다. 그중 가해자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교사인 경우가 있다.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을 보며 같은 교사로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가 있지?’ ‘저런 일이 정말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며 화가 나기도 하고, 그 사건의 아이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런 사건들이 이슈가 될 때마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들은 걱정한다. 우리 아이의 선생님도 저 사건처럼 아이를 학대하고 있지는 않나 하고 말이다. “너희 선생님은 안 때리니? 선생님이 저런 적 없어?”라고 아이에게 묻기도 한다.

“너희 선생님도 저렇게 너를 사랑해주시니?”

나도 교사이기 이전에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우리 아이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혹시 문제가 없는지 걱정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저런 무서운 사건을 접할 때마다 다른 유아 교사들까지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을 받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최근 보도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교사’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은 전체 유아교육 교사 중 극히 일부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더 좋은 선생님이 되려 노력하는 훌륭한 교사들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이 훌륭한 교사들의 이야기는 기사에 잘 나오지 않는다. 대중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것이 교사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어떤 선물을 해야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더 신경 써줄까 궁리하기보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감사를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본받을 만한 훌륭한 교사의 이야기가 기사로 나와 이슈가 돼서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너희 선생님도 저렇게 너를 사랑해주니? 우리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라고 묻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기자명 이정민 (필명·어린이집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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