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역사에 기록될 판문점 회동은 여느 주말 약속을 떠올리게 했다. “내일 판문점에 가기로 했는데 시간 되면 너도 올래? 집에서 가깝잖아.” 방한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긴 트위터는 마치 이렇게 읽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화답했다. 6월30일 만난 이들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물밑 협상이 있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 지극히 사적인 수단을 통해 성사되었다.
트위터 정치를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누구일까. 미뤄두었던 독서를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 밥 우드워드가 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닉슨 대통령을 끌어내린 전설의 기자가 트럼프 백악관을 다룬 책을 썼다기에 솔깃했지만 무게와 두께 앞에서 주저했다.
프롤로그부터 가슴을 쓸어내렸다. 2017년 9월 대통령 최고위 경제자문역을 맡은 게리 콘은 대통령 책상 위에 놓인 서류 하나를 치워버렸다. 수신인은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종료를 통보하는 서한이었다. 집권 8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경제자문역의 ‘절도’로 이 결정이 무산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문건을 확보한 밥 우드워드의 취재력에도 감탄했다.
책은 대선 캠프 시절부터 2018년 3월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하는 뮬러 특검 내용까지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것도, 한때 그의 측근이었던 이들이 증언한다. “트럼프는 빌어먹을 얼간이라고 했잖아(484쪽).”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로도 보인다. 책을 덮고 나면 새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누가 움직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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