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
이루리 지음, 북극곰 펴냄

“어른들의 문답이 이른바 ‘정답 찾기’라면 어린이의 문답은 ‘행복 찾기’입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었다. 습관이 되었다. 책을 안 읽어주면 아이가 잠을 안 잤다. 매일 밤 그림책을 읽어주다 깨달았다. 그림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저자의 말처럼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그림책에 빠져 삶이 바뀌었다. 40대에 동화책 작가로 데뷔했다. 데뷔작인 〈북극곰 코다, 까만코〉 〈북극곰 코다, 호〉 등 시리즈가 해외 11개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그림책 전문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의 영토’ 코너 필자인 저자가 〈시사IN〉과 〈레디앙〉에 쓴 그림책 서평 60여 편을 담았다. 어떤 그림책을 읽어줄까 고심하는 부모에겐 좋은 그림책 가이드다. 저자 특유의 섬세한 서평을 읽는 맛이 있다.

 

 

 

 

달걀과 닭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펴냄

“오, 평범한 사람이 되기란 성인이 되기보다 더 어렵구나!”

낯선 여성의 얼굴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과감한 표지 디자인이 먼저 눈길을 끈다. 움푹 파인 깊은 눈을 오랫동안 그저 바라보게 된다. 단호한 입매로 눈길이 이어졌다면 당신도 자연스럽게 책을 펼쳐 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좋은 북디자인은 이처럼 최소한의 정보로도 독자를 불러들인다.
〈달걀과 닭〉은 ‘남미의 버지니아 울프’ 혹은 ‘여자 카프카’로 불리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단편 26편을 모은 책이다. 물론 소설 내용을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쉽고, 또 어렵다. 서사로 읽기보다는 감각으로 읽어야 하는 글이다. 생전 평단의 침묵과 무시, 소문과 오해의 대상이었던 여성 작가가 이룬 성취를 뒤늦게나마 확인할 수 있다.

 

 

 

 

 

 

 

 

엘리트 독식 사회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 정인경 옮김, 생각의힘 펴냄

“사이먼,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고.”

겉멋 든 위선적 엘리트들을 노골적으로 질타한 보기 드문 책. 지구화한 자본주의 체제 덕분에 거부나 권력자로 출세했지만, ‘세상을 더 좋게 만들겠다’라며 가끔 화려한 콘퍼런스 및 연회와 더불어 번쩍번쩍한 대안까지 제시하는 엘리트들이 있다. 이른바 ‘계몽된 사업가’와 그들의 동료(학계·언론·정부·싱크탱크 등에 있는)로 구성된 커뮤니티. ‘사랑’ ‘연대’ ‘기회’ ‘빈곤’ 같은 단어들을 거론하며 사회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최정점에 서 있는 세상의 질서를 바꿀 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세상을 진정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은 ‘승자의 시혜’가 아니라 강력하고 평등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밑으로부터의 에너지다.

 

 

 

 

 

 

 

 

사쿠라 진다
우치다 다쓰루·시라이 사토시 지음, 정선태 옮김, 우주소년 펴냄

“아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와 정치사상가 시라이 사토시가 만났다. 두 사람은 3·11 동일본 대지진과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며 패전 이후, 일본의 70년에 대해 생각했다. 시라이 사토시는 일본의 전후 통치 구조에 대해 ‘영속패전 체제’라 명명했다. 패전이 아니라 종전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일본은 줄곧 미국에 종속된 상태였다. 70여 년이 지났지만 동일본 대지진 사고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도 다르지 않았다. 우치다 다쓰루는 그 말에 공감하면서 전범 세력의 후예인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과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미국에 종속되어 있으면서 그걸 부정하려는 분열적 태도에도 우려를 표한다. 평화헌법 9조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청년팔이 사회
김선기 지음, 오월의봄 펴냄

“유행어의 사회적 효과는 종종 상상을 초월해 나타난다.”

‘청년세대’는 오랫동안 주목되었다. 최근에도 3포 세대, 헬조선 같은 용어를 통해 부단히 청년을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청년 담론이 청년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단지 ‘기호’로서 소비된다는 점이다. 인터넷 언론 〈고함20〉에서 활동하고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에 몸담아왔던 저자는 청년 담론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제시한다.
한국의 세대주의는 1990년대 ‘신세대론’을 시작으로 대중매체, 광고회사,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2002년 ‘20대 투표율’의 신화가 등장했고 2007년 88만원 세대론 이후 3포 세대, P세대, G세대 같은 이름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담론 대부분이 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고 사회문제의 책임을 청년에게 돌린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치과의 거짓말
강창용 지음, 소라주 펴냄

“요즘 치과는 환자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초기 충치를 빨리 치료해야 안 아프고 치료비도 적게 나옵니다.” “치아의 갈색 부분과 검은색 부분은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치과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숱하게 들었을 말이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치과 의사인 저자는 저 말들이 과잉 진료를 하기 위한 치과 의사들의 ‘언변술’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잉 진료 문제는 ‘충치’ 검진에서부터 시작한다. 굳이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치아를 ‘심각한 충치’로 만들어 치료하고 높은 치료비를 청구한다. 그다음 순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저자는 이렇게 당부한다. 치과에 스케일링하러 갔으면 스케일링만, 교정하러 갔으면 교정만 하자. 치아에 별다른 통증이 없고 구멍이 생긴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한 충치가 아니라는 얘기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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