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기억은 썩지 않는다
  • 사진 김흥구 고현주 주용성·글 허영선(시인·제주4·3
  • 호수 589
  • 승인 2018.12.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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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곧 돌아오마던 당신. 뒤돌아보니 사라진, 아직도 안 보이는 그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차마 어떻게 쏘랴 했다지. 하나 된 나라를 소망하던 꿈은 죄였고, 모든 울음이 죄였다지. 집단 광기, 광풍이 휩쓸던, 70년 전 불지옥의 섬. 설레던 새색시의 밤은 붉은 바다였고, 떠나간 당신을 일 년 또 일 년 기다리던 여인들, 속삭이듯 건네던 늙은 위로. “살암시민 살아진다”던 당신들도 세상을 뜨네. 반세기 국가 공권력이 강요한 망각과 오도의 이름 제주4·3. 자욱한 섬의 트라우마는 언제쯤 걷힐 것인가. 언 땅속에 누운 자들은 말하지. 보라. 기억이 썩지 않는 한, 진실은 썩지 않는다. 우리가 증거다. 4·3 속에 인간이 인간에게 묻는 물음이, 답이 있다. 4·3은 70년을 이렇게 건너가고 있다. 산 자들의 부르튼 기억 싸움. 마침내 처연하게 아름다운 섬의 가슴에 붉은 동백 하나씩 단단하게 심어놓고.  

 

ⓒ김흥구10월30일 제주국제공항 인근 도두동, 4·3 사건 당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발굴됐다.
ⓒ고현주
4·3 당시 스물일곱 살에 남편과 생이별한 문임생씨는 30년 동안 하루 세 끼 남편 밥을 따로 차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이 숟가락으로만 식사를 했다.
ⓒ고현주
“열세 살 영문도 모를 때인데 우리 집에서만 여섯 명인가 죽었어. 큰아버지와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지.” 조인숙 할머니가 결혼할 때 시어머니한테 받은 양단 저고리와 명주 치마.
ⓒ주용성남은 이들은 제주4·3 사건에 대한 온당한 평가와 해원(解冤)을 바란다.
ⓒ주용성4월3일 제주4·3평화공원. 국가에서 공식 인정한 희생자 수만 1만423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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