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달력을 펼치는 순간 12월20일이 빨간 날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새삼 놀란다. 연말마다 ‘올해는 한 일도 없이 참 빨리도 지나갔구나’ 하는 감상뿐인데, 돌이켜보니 올해는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달력이 거짓말을 하게 만든 해였다.
차창 안의 그는,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달성한 국민의 격’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몇 번이고’ 스스로 민주주의를 되찾아낸 국민의 격을 나이테처럼 한 겹 더 쌓는 데 성공했다.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앞으로도 몇 겹은 더 쌓게 되겠지. 12월20일이 검은 날인 게 정말로 다행스러운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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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시간을 껴안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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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도시의 여자 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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