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이명익3월24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
ⓒ김흥구2016년 8월 안산 단원고등학교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되었다.

화면은 얼핏 공평하게 양분된 듯 보이나 죽음의 자리가 조금 더 넓다. 어른 보폭으로 치면 반 보 혹은 한 보 정도. 오른쪽 공간의 정중한 물러섬이랄까 마땅한 양보가 눈에 띈다. 여기 없는 이뿐 아니라 있는 이들을 위한 안배. 복도는 색색의 포스트잇과 형광등으로 화사한데 계단 안으로는 바깥의 자연광만 희미하게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지. 보다 어둑한 곳이 더 생기를 띠는 건. 공간에 모순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하나다. 거기 사람이 있는가 하는 것.

 

층계참, 한 아이가 나비처럼 하늘로 도약한다. 아이는 온몸으로 빛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뒤를 따르는 다른 아이들의 걸음이 무심하고 자연스러워 예쁘다. 익숙하고 지루하기조차 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 복도 위 고요는 웅변한다. 학습용 고사성어의 가치와 교실 안 적막이 부딪쳐 무상하다. 죽음은 모든 말을 압도한다. 그것이 옳은 말이라도 그렇다.

기자명 사진 이명익 김흥구·글 김애란(소설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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