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해 시민의 생명을 지킨 공직자가 있었다. 안병하 전남도경 국장이다. 그는 ‘시민들에게 발포하라’는 전두환 신군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계엄군의 잔혹한 시위 진압에 맞서 시민들을 보호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명령 불복종으로 해직됐다. 계엄사로 끌려가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1988년 생을 마감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아 안병하의 이야기가 평전으로 나왔다. 당시 시민군으로 전남도청 상황실에서 활동하다 계엄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이재의 작가(5·18재단 비상임연구위원)가 기록했다. 이재의 작가는 1985년 5월 황석영 작가의 이름으로 발간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초고를 집필한 사람이다. 그는 1990년대 초반 〈광주일보〉 기자 시절부터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5·18 당시 안병하 스토리’를 발굴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바 있다.

이 책은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로 점철된 이른바 〈전두환 회고록〉의 거짓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전두환은 1980년 5월18일, 광주의 치안을 담당한 전남 경찰이 계엄군 투입을 정식 요청하면서 공수부대의 진압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전씨는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안병하 국장에 대해 “치안 책임자가 연락 두절이 됐다”며 5·18 학살에 대한 책임을 덮어씌웠다.

평전에 따르면, 안병하 국장은 1980년 5월17일 자정을 전후로 ‘이미 계엄군이 광주에 배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기록했다. 전남 경찰이 계엄군 투입을 사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있다. 그는 항쟁 현장의 상황과 전두환 신군부의 움직임을 경찰 진압작전 보고 및 내부 정보망을 통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 책은 〈전두환 회고록〉이 거짓 주장으로 점철되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귀중한 사료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