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4월19일 인도 북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의 모습.

“환타야, 반딧불이가 돌아왔어.” 인도의 카주라호에 사는 라주와 중국 후베이성 이창시에 사는 샤오잉, 일본 오키나와현의 유키가 각각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인도 북부에서 히말라야가 다시 보이고, 바다거북이 산란지를 찾아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장식하던 4월 초였다.

우리는 각자 반딧불이와 얽힌 기억을 떠올렸다. 라주는 야심한 시각에 반딧불이를 보러 가자고 속삭이는 바람둥이 여행자들의 시대가 다시금 열릴 것이라 말했고, 샤오잉은 무위전(木魚鎭) 강가에서 민물낚시할 때 건너편 숲이 환하게 빛나자 내가 혼비백산했던 이야길 꺼내며 키득거렸다. 다이빙 강사이기도 한 유키는 바다에서 백화현상(coral bleaching)이 멈췄다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한 바다거북은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어. 고래 관측하는 관광선이 사라지니까 고래들도 섬 가까이로 몰려들고 있어. 요즘은 전망대에서도 잘 보여.”

유키는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고 싶어 도쿄 생활을 접은 친구였다. 그는 오키나와 생활을 하면서 외려 더 사나워졌다. 무례한 관광객은 자꾸 예민한 산호를 만졌고, 오키나와 관광객 수에 비례해 산호는 죽어갔다. 바다는 백화현상으로 순백의 무덤처럼 변해갔다. 유키에게 최근 오키나와의 변화는 설레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환타, 한국은 어때?” “글쎄 예년보다 날이 쌀쌀하고 미세먼지가 확실히 줄었어. 한국에서는 깊은 산골에서나 드물게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데, 올여름엔 볼 수 있으려나?” 록다운 때문에 한 달째 집에 갇힌 인도인과, 우한시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 사는 뗏목꾼, 오키나와의 다이빙 강사, 그리고 여행작가인 나는 코로나19로 급속히 회복되는 자연환경에 대해 떠들었다. 직업상 다들 강제로 실직 중인 상황이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레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졌다.

특히 가난한 인도인 라주는 ‘여행자들이 돌아오면’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렇게 환경이 좋아졌으니 코로나19만 끝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카주라호를 찾을 거라고 말했다. 라주는 함께 사는 어머니의 녹내장이 시작됐다고 걱정이 많은 터였다. 그가 사는 인구 2만4000명의 마을에는 안과가 없다. 안과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5시간이나 나가야 한다. 코로나19로 돈벌이가 끊기면서 어차피 병원에 갈 돈도 없다. 라주는 여행자들이 다시 돌아와 돈을 벌게 되면 어머니에게 히말라야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단다. 어머니가 시력을 잃기 전에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반딧불이와 공존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야. 여행자들이 돌아오면 반딧불이도, 히말라야 풍경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가 회복하려는 자연환경은 여행자들이 없어야 가능한 세상이잖아.” 훈훈한 대화 끝에 내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어쨌든 그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깊은 침묵에 빠졌다. 우리는 각자 부디 잘 살아남아 안부라도 전하자는 말을 끝으로 대화를 마쳤다.

요즘 우리는 봄을 즐긴다.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며 올봄은 확연히 길어졌다. 어쩌면 우리 생애 다시 없을지 모를 기나긴 봄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원래 이것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유례없는 기상이변, 유례없는 무더위에 놀라워한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복구할 일상의 설계도에 반딧불이와 히말라야가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이 또한 그저 여행작가의 몽상일 뿐일까.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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