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기자 일을 하면서 “어디 이씨냐”는 질문을 대여섯 번 받았는데 그중 네 번을 지난주 대구 출장에서 들었다. 흔치 않은 본관을 네 사람 다 알아들었다는 것도 낯선 경험이었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개 “태어난 건 대구”라고 답한다. 학교는 서울에서 나왔다. ‘대구 사회’에 대한 기억이 없기에 별다른 애증도 품고 있지 않다. 다만 친척들이 환대해주는 고향 대구와, 매번 같은 당에 표를 던지는 대구는 전혀 다른 곳 같다. 대구 출신의 이름난 사람들이 종종 고백하는 것과 달리, 나로선 그곳 투표 성향을 부끄러워하거나 책임감을 갖지는 않는다. 그저 이상하고 궁금하다고 생각해왔다.
대구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취재하면서 같은 연설을 30번 가까이 들었다. 이상한 연설이었다. 처음 들을 때는 달변이라고만 생각했고, 들을 때마다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었다. 그런데 글로 정리하면 이상하게 그 맛이 안 살았다. 기사를 쓸 때도 이 부분이 제일 고민이었다. 현장에서는 핵심처럼 들려서 써둔 메모가 다시 보면 진부해 보였다. 하지만 덜어낼 수는 없었다.
SNS와 유튜브에서 영상을 다시 돌려 보면서 그 까닭을 짐작할 수 있었다. 평범한 구절을 김부겸 후보의 육성이 살린 부분이 많았다. 농담과 호소를 적절히 분배해 연설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런데 ‘기술’ 이상의 뭔가가 더 있었다. 가령 추가경정예산을 두고 “이건 아니지! 이건 대구·경북 죽으란 이야기지!”라고 정부에 따졌다는 대목, “대구가 고립된 섬처럼 될까 봐”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김 후보가 ‘대구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묻어났다. 지역주의에 맞서는 정치인의 비장한 언어가 아니었다. ‘우리 동네 어떡하느냐’고 소리치는 옆집 사람의 모습에 가까웠다.
“(김부겸 후보가) 지역주의의 벽에 막혔다”라는 서울발 기사를 여럿 읽었다. 그러나 선거 기간 후보를 쫓아다니는 내내, 그의 명함을 찢거나 ‘호남당’ ‘빨갱이’ 따위로 모욕하는 대구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가 ‘대통령감’이라면서도 ‘당을 잘못 택했다’는 복잡한 심사를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김부겸은 그를 찍지 않은 대구 사람들에게도 존중받았다”는 기록도 남겨야 한다. ‘김부겸표 상생의 정치’가 불러올 훗날의 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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