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처음 개학이 연기되었을 때 아이는 “‘자유학년제’도 있는데 ‘자가학기제’ 못할 게 뭐 있냐”라며 ‘슬기로운 자가생활’을 장담했다. 좋아하는 배구는 못하지만 배그(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게임 도중 ‘초딩이’로 추정되는 악동들에게 놀림받듯 건건이 ‘팀킬(아군 공격)’을 당하고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질질 짜며 이제는 진짜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 지점에서 위로를 해야 할지….

온라인 개학 방침이 발표되고 ‘마지막 숙제’ 같았던 초등 1·2학년 수업 방안까지 나왔다. EBS 교육방송 시청과 집으로 배송되는 학습 꾸러미를 활용한다고 한다. 비상한 시국에 따른 비상한 결정이다. 세 차례 개학 연기와 온라인 등교에 이르기까지 교육 당국의 결정에 학부모로서 큰 불만은 없다. 미리 안내받은 대로 설치한 학교 알림 앱 등을 통해 학습 기기나 데이터 지원을 위한 사전 수요 조사에 답할 수 있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가 가입 폭주 탓인지 준비 단계에서 일부 로그인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 없이 온라인 등교를 기다리는 중이다. 발열 등 학생과 가족의 건강 상황은 학교 보건실에서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중학교 2학년인 내 아이의 개학은 4월16일인데, 담임은 3월 중반부터 아이들과 직접 소통해오고 있다. 얼굴도 본 적 없지만 아이는 벌써 선생님을 좋아한다. 이번에 새로 오셨는데 다른 반보다 소통 창구를 제일 먼저 마련하셨다고 우쭐하기도 한다.

ⓒ박해성 그림

‘교육부가 하루아침에 수업 방식을 바꿔 교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학습자료 준비한 게 헛수고가 되었다’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도 일부 있었으나 댓글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콘텐츠 만드느라 힘 빼지 말고 여유 있게 지도해주세요” “이참에 촬영, 편집 기술 배워본 거로” “가정학습 어려운 아이들 먼저 챙기자” 등 기자보다 독자들이 더 믿음직했다.
그런데 평가를 둘러싸고는 잡음이 일까 걱정된다. 애초 온라인 학습 내용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바뀐 안내문을 받았다. 등교 수업 이후 이뤄질 평가에 온라인 학습 내용이 출제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학부모들이 민감해하니 학교에서 미리 고지해준 것 같다.

영국에서는 휴교령이 나자마자 교육부와 교사노조 등이 머리를 맞대어 5~6월에 있을 대입 자격시험과 중등교육 자격시험 등을 어찌할지 속전속결로 결정했다. 학생의 평소 학습능력을 참고하여 ‘시험을 치렀다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수’를 담당 교사가 정한다는 것이다. 재심 과정이 있고 다음 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지만 일단 ‘평가권’을 전적으로 교사에게 맡긴다는 점이 놀랍다. 프랑스도 바칼로레아(대입 자격시험)를 취소하고 기존 교내 학업성취도 결과로 대체한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수능 수학 점수를 고등학교 3학년 수학 교사가 결정해주거나, 내신 점수로 갈음하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혀 학기 중 등교를 했을 때 아이들과 교사가 만남을 기뻐할 새도 없이 밀린 평가부터 서두르거나 방식을 놓고 시끄러워진다면, 살풍경할 것이다. 영국처럼 큰 논란 없이 교사에게 전권을 주는 결정을 못할 바에는 이번 학기엔 차라리 점수나 서열을 매기지 않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유학기제, 학년제로 애들 시험을 안 보면 학습능력 떨어진다고 그리 걱정했으나 아무 문제없지 않았나. 이참에 평가의 의미와 기존 방식도 돌아봤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이 시기, 우리 교육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학교의 ‘시험 없는 챌린지’ ‘최소 평가 챌린지’를 응원한다. ‘전적으로 믿을’ 생각이다.

기자명 김소희 (학부모∙칼럼리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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