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에 3월22일 벚꽃놀이를 즐기러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아베 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한 도쿄 대학 의대 특임교수이자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혈액학자로 활동한 가미 마사히로 박사가 글을 보내왔다.

3월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국장은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을 선언했다. 감염은 동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퍼져, 특히 유럽과 미국이 심각한 상황이다. 3월27일 현재 감염자는 미국 8만5228명, 이탈리아 8만6498명, 스페인 6만4059명, 독일 4만8582명, 프랑스 3만2542명, 영국 1만4547명이다. 감염자의 치사율은 미국 1.5%, 이탈리아 10.6%, 스페인 7.6%, 독일 0.7%, 프랑스 6.1%, 영국 5.2%이다. 미국을 제외하고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에볼라(치사율 5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치사율 34%)에는 못 미치지만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치사율 9.6%)과 큰 차이가 없고 계절성 인플루엔자(치사율 0.1%)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의료 기반이 잘되어 있는 서양 선진국에서도 다수의 감염자가 목숨을 잃고 있어 우려할 만한 병원체라고 볼 수 있다.

3월28일 오후 11시 현재 일본 내 감염자 수는 1680명(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 제외), 그중 55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3.3%이다.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다만 일본인이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르다. 3월 중순 이후 감염자가 급증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가 3월23일 기자회견에서 “봉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록다운(도시 봉쇄)이 이어지고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나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일본의 위기감은 약한 편이다. 지인인 독일인 기자는 “길을 걸으면 일본은 밝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럽의 얼어붙은 거리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AFP PHOTO3월25일 일본 요코하마항 부두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해 있다.

동아시아 데이터 분석의 의미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중세 페스트 이후 역병의 유행이 반복돼온 유럽과 긴 시간 타국과의 교류가 없었던 일본의 역사적인 배경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헝가리 의학부에서 공부 중인 요시다 이즈미 씨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긴급 귀국했다. 그녀는 “유럽에선 국경 봉쇄에 대한 저항감이 없습니다. 지금도 바로 이웃 국가와의 국경을 봉쇄했어요. 지금까지의 오랜 역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나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과 유럽을 비교해보면 같은 바이러스가 일으킨 상황이라고 믿기 힘든 점이 다수 있다. 나는 일본의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 국내외, 특히 동아시아 데이터를 모아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중국이다. 중국은 많은 피해자를 냈다. 3월28일 현재 8만2230명이 감염돼 3301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4%. 유럽의 그것과 비슷하다. 주목할 것은 치사율이 도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2월26일 기준 중국 주요 도시 치사율을 조사했다. 3월 들어 중국의 감염률이 안정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그 상황이 지금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전체에서 환자 수는 7만8630명(2월26일 기준), 치사율은 3.5%이지만 실제로 감염자의 83%는 후베이성에서 발생했다. 후베이성의 치사율은 4%이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환자 수는 1만3034명으로 치사율은 0.8%이다. 저장성은 0.1%, 상하이시는 0.9%, 베이징시는 1.2%로 낮다.

왜 이런 지역 차이가 생기는 걸까. 사실 중국의 치사율은 내륙이 높고 해안지역은 낮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은 감염자도 적고 치사율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중국의 특징은 고령자 치사율이 높다는 점이다(아래 〈그림 1〉 참조). 치사율은 50대부터 1.5%로 상승하기 시작해 70대가 8%, 80대는 15%로 급상승한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점은 바로 도시의 기능이다. 우한의 도시 기능 마비가 다수의 고령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우한의 인구는 도시 봉쇄로 인해 14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감소했다. 줄어든 건 젊은 세대이다. 특히 아이가 있는 젊은 여성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병원을 시작으로 한 봉쇄가 사실상 도시 기능을 마비시켰다.

이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하마도리 지방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마도리 지역에선 원전 사고 후 폐렴, 뇌졸중 등에 의한 사망자가 늘었다. 방사능 원인만은 아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택에 틀어박힌 채 생활한 것이 지병이 악화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활동 자제, 도시 봉쇄 등을 검토 중이다. 이는 감염 확대를 막는 데는 유효하지만 고령자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선 그다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일본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경험이다. 국립감염증연구소에 따르면 2월26일 기준 승객 및 승무원 3711명 중 619명(16.7%)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자 가운데 318명(51%)이 무증상이었다. 물론 조사 시점에 따라 잠복기였다가 이후 증상이 나타난 사람도 있다. 교토 대학 연구자들은 수학 모델을 사용해 계속 증상이 없는 감염자의 비율을 18%라고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것은 국립감염증연구소 최종 보고를 기다려야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다수 있음은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들은 증상이 있는 사람과 똑같이 바이러스를 배출해 주변을 감염시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낮은 사망률이다. 크루즈선 승객 중 모두 8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1.3%이다. 그중 6명의 연령이 밝혀졌는데 4명은 80대, 2명은 70대이다. 연령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은 70대 이상으로, 70대 이상 치사율은 2.7%이다. 앞서 밝힌 중국에서의 70대 치사율은 8%, 80대는 15%였다. 이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치사율이 낮은 것은 아시아 내 공통된 경향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후베이성 이외 중국의 치사율은 0.8%다. 같은 시기 한국은 9478명이 감염돼 사망자는 144명이다. 치사율은 1.5%이다. 타이완은 267명이 감염돼 2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0.7%이다. 서양과는 전혀 다르다.

일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일본의 치사율은 3.3%로, 크루즈선 내 치사율과 괴리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 진단 중 필수인 유전자증폭 검사(PCR 검사)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19일 기준 일본의 PCR 실시 수는 1만4991건이다. 인구 100만명당 118건으로 이탈리아 3499건, 독일 2023건, 영국 960건, 프랑스 559건, 미국 314건에 전혀 미치지 못한다.

일본의 PCR 검사 체계에 문제가 있어서 일본 정부는 폐렴이 의심되는 중증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한다(〈시사IN〉 제651호 ‘하루 1만8000명 검사할 수 있는데도…’ 기사 참조).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 확진자는 적고 감염에 의한 치사율은 높다. 현재 일본에서 진단되고 있는 감염자 수는 빙산의 일각임을 의미한다. 왼쪽 〈그림 2〉는 코로나19 감염자와 치사율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환자 수가 많은 나라일수록 치사율이 낮음을 알 수 있다. PCR 검사를 많이 한 나라에서는 경증 환자까지 찾아내 확진 판단을 내리고 있다.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느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3월16일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심스러운 모든 케이스를 검사해야 한다. 그것이 WHO의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현재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도 검사 수를 늘릴수록 치사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예외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영국 등 서구권 나라 및 후베이성이다. 감염률과 치사율이 둘 다 높다. 후베이성의 문제점은 앞서 밝힌 대로다. 왜 서구권에선 치사율이 높아지고 있을까. 아직까지 그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3월4일 베이징 대학 연구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는 독성이 다른 두 종류가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후베이성에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성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권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은 아직 조사 결과가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결핵 예방을 위한 BCG 백신 접종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에 도움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둘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림 2〉에 2018년 국민 90% 이상이 BCG 백신 접종을 받은 나라를 따로 표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감염율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인다. 가설 단계지만 세계 각지에서도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머독 칠드런스 연구소는 의료 종사자 4000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 봉쇄가 갖는 문제점 살펴야

아시아와 서구의 치사율 차이는 아시아인과 서구인의 게놈 차이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영국 UK 바이오뱅크는 코로나19 감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결정했고, 아이슬란드 디코드 제네틱스와 퍼스널 게놈 프로젝트를 이끄는 조지 처치 하버드 대학 교수 등도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 정보는 빠르게 모일 것이다.

아시아와 서구의 코로나19 대처를 일률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서구 국가가 감염 확대를 우려해 도시 봉쇄 등을 강행하고 있는 것은 현 시점에선 합리적일지 모르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본이 이를 따라서는 안 된다. 이는 봉쇄가 갖는 큰 문제점 때문이다. 도시 봉쇄를 한 우한은 3개월여 만에 코로나19 유행을 잡았다. 이처럼 봉쇄는 강력한 감염 대책이다. 다만 봉쇄를 해도 집단면역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만 유행이 억제된다. 외부에서 다시 유입될 우려가 있다. 지금의 중국과 같은 상태다.

ⓒXinhua3월31일 일본 도쿄역 앞에 있는 올림픽 카운트다운 시계가 479일로 재조정되었다.

서구처럼 치사율이 높아진다면 봉쇄는 불가피하다. 반면 치사율이 1% 안팎으로 유지되는 나라는 어떨까. 봉쇄는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특히 고령자의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원전 사고 후 후쿠시마현 하마도리 지방은 봉쇄에 가까운 상황이 되자 많은 고령자들이 지병이 악화돼 숨졌다. 도시 활동을 억제하지 않고 감염 폭발을 피하면서도 보건시설, 병원 등을 중점적으로 지키는 전술도 있다. 지금까지 일본이 해온 방법이다. 일본은 PCR 검사를 억제하고 유행의 실체에서 눈을 돌렸기 때문에 실패도 있었으나 극단적인 정책으로 치우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해온 측면도 있다.

현재 일본은 기로에 서 있다. 도쿄 올림픽을 1년 뒤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올림픽이 열리기 위해서는 서구 국가들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백신 개발에만 1년 정도 소요된다는 점이다. 올림픽 개최 때까지 백신 개발이 완료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참가국 각국에서 일시적으로 유행이 억제된다 해도 도쿄에서 유행하면 도쿄 올림픽을 통해 각국에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할 수 있다.

2021년 일본이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코로나19 유행이 억제되어야만 한다. 집단면역 획득은 통상 수년이 걸린다. 올겨울 재유행해 내년 봄까지 감염이 확산된다면 도쿄 올림픽은 내년에도 중지라는 선택지에 몰릴 것이다.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도쿄 봉쇄’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경우 얼마나 규제를 지속해야 할지 예측할 수 없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할 것이다.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어디까지 경제적 손실을 떠안아야 할지 국민적 합의는 없다.

기자명 도쿄·가미 마사히로 (의학박사·일본 의료거버넌스 연구소 이사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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