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진을 찍는 시대다. 누구나 사진예술가라고 자처하는 시대다. 하지만 모든 사진이 예술로 대우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특정 사진이 예술로서 가치를 인정받느냐의 문제를 예술 차원에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작권이 어떤 사진을 보호하느냐 하는 차원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사진 저작권은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사진이 독창성을 가지고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이 데이터베이스의 역할을 수행하느냐’이다.
19세기 중반 법조계는 사진이 예술적이냐 혹은 과학적 증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냐에 관심을 두었다. 당시 판사들은 사진이 증거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혁명적인 기록매체이고, 동시에 저작권 보호를 받을 만큼 충분히 독창적인 매체임을 인정했다. 저작권 보호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진가의 관념을 표현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가미한 사진이어야 했다. 사진의 독창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예술작품에 투입된 창의적 과정”이었다. 물론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매우 모호한 문제다.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미국에서 있었던 초기 사진 도용에 대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1884년 사진가 나폴레옹 새로니는 버러-질레스 동판 회사가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오스카 와일드의 18번째 사진을 8만5000장 복제해서 판매한 사실을 알았다. 그는 곧바로 자기 작품을 무단복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밀러 판사는 저작권과 관련해 사진의 독창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밀러 판사는 오스카 와일드의 18번 사진이 ‘조화롭고, 독특하며, 우아한 사진’으로 평범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하고, 사진가의 사진 저작권을 보장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진가가 모델과 조명의 위치를 배열하고, 특정 소품을 선택하고, 카메라와 렌즈·필름 등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며 모델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를 끌어냈다는 점 등을 독창성 확보 요인으로 보았다. 또 밀러 판사는 사진을 제작하기 위해 기울인 사진가의 노력, 즉 ‘땀의 결실’을 기준으로 그 독창성을 판단했다. 한마디로 과정과 결과 모두가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정보 기록용 사진은 보호받기 어려워
현대 저작권법은 독창성의 의미를 좀 더 폭넓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근대적 저작권 해석에 따르면 정보를 기록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전 세계의 사진과 영상 대부분은 엄격한 독창성 기준으로 볼 때, 저작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신분증 사진, 보안카메라 영상, 제품 사진, 위성 이미지, 범죄 사진, 구글 맵 스트리트 뷰 등이 포함된다. 일부 국가는 독창적이지 않은 사진을 위한 2차 보호 단계를 실행함으로써 저작권의 독창성 기준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1996년에 제정한 비독창적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독자적인 보호 정책을 만든 것도 좋은 예이다.
현대 저작권법에서에도 여전히 ‘독창성’ 혹은 ‘창의력’이라는 기준이 그 중심에 서 있다. 단지 대부분의 사람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필요 이상의 보호를 해야 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우리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을 뿐만 아니라 사진 이미지와 비디오 스트림을 지속적으로 기록하는 유비쿼터스 기록 세계로 진입함에 따라, 사진의 독창성 개념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촬영할 때 과정이나 노력보다 후반 컴퓨터 작업이 사진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데 더 중요한 구실을 하는 시대다. 이런 복잡한 유비쿼터스 이미지 시대에 사진 저작권에 요구되는 독창성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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