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a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오른쪽)와올라프 숄츠 재무장관.

3월23일 독일 연방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에 합의했다. 이번 추경 예산안은 경제위기 시 대응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재정을 추가로 약 1220억 유로(약 163조4000억원) 더 지출하기로 했다. 약 350억 유로(약 46조8700억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해 신규 국가채무를 1560억 유로(약 208조9200억원) 규모로 잡았다.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유례없는 대규모 경제 지원 프로그램이 이번 위기를 이기는 버팀목이 될 것이며, 추경 예산을 통해 지원이 필요한 곳에 재정을 지출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평가했다.

독일 헌법(기본법)은 특수한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국가의 신규 채무를 국내총생산의 0.34%로 제한하는 ‘채무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질 수 있는 신규 채무는 1560억 유로에 훨씬 못 미치는 120억 유로에 불과하다. 현 상황이 예외 상황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은 연방의회가 가지고 있다. 이번 추경 예산안은 3월25일 연방의회를 통과했다. 독일 정부는 2014년부터 유지해오던 세수와 세출의 균형재정 원칙을 포기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추경 예산 외에도 긴급 신용대출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 대책이 포함되었다. 숄츠 재무장관에 따르면 지원 프로그램 전체에 투입되는 금액은 7000억 유로(약 937조690억원)에 이른다.

이번 추가 재정 지출안에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법 개발, 의료 보호장비의 마련 등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의료 분야 지원이 들어 있다. 나아가 프리랜서와 소상공인 및 소기업에 대한 직접 재정지원 등도 포함한다. 한국에서 논의 중인 재난기본소득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 규모가 한국에서 논의되는 액수에 비하면 크다. 직접 재정지원 프로그램에 따르면 프리랜서 및 5인 이하 사업장은 최대 9000유로(약 1200만원)를, 1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최대 1만5000유로(약 2000만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사업장별로 1회 지급되며 3개월 운영비 명목이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각 사업장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코로나19 위기와 관련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노동자·세입자 위한 지원책 마련

긴급 신용대출 지원안도 마련되었다. 독일재건은행(KfW)은 개인사업자부터 기업까지 긴급자금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1000억 유로(약 133조9600억원)를 대출해준다. 70~90%의 신용보증을 독일재건은행이 떠맡는다. 대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합의안 또한 통과되었다. 정부는 경제안정화기금으로 대기업에 4000억 유로(약 535조6700억원)의 은행대출 보증을 제공한다. 또한 이 기금을 통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대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1000억 유로가 마련된다. 이는 단기적 위기로 건전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조치이다.

사업장의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도 강화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용주가 노동시간 단축을 노동청에 신청하면 직원들은 줄어든 근무시간에 따른 임금 손실액의 60%, 자녀가 있으면 67%를 12개월 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로 일시적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사업장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것을 돕기 위해 마련된 조치이다.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 보호를 위한 방안도 마련되었다. 기존 법규에 따르면 세입자가 두 달 이상 월세를 내지 못했을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4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세입자가 코로나19 사태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세입자가 차후에 밀린 월세를 지불해야 하는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