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라스웰(Greg Laswell) ‘Comes and Goes’
택시를 탔다. 급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뭔가 감이 왔다. 핸드폰을 곧바로 꺼내 앱을 켰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이이이잉.’ 곡을 체크하고 몰래 앞을 살펴보니 이 택시기사, USB를 꽂고 자기만의 플레이리스트로 음악을 감상하고 있었다. 뭔가 재야의 고수 냄새가 풍겼지만 정체를 굳이 묻지는 않았다. 나는 음악에게는 마음껏 들이대도 사람에게는 함부로 들이대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으아. 들이대.
정체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그레그 라스웰의 노래 ‘Comes and Goes’였다. 당연히 생전 처음 듣는 뮤지션이었다. 글쎄. 어떻게 이 곡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할까. 이 곡에는 아름다움이 마치 소복이 쌓인 눈처럼 서려 있다. 듣다 보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노래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나는 면허가 없다. 운전하기를 싫어한다. 이런 곡을 만나면 ‘새벽 2시경의 한적한 도로를 적당한 속도로 드라이브’하고 싶다. 나 대신 누군가가 한번 해보고 알려주기 바란다.
애시(Ashe) ‘Moral of the Story’
애시는 본명인 애슐리의 준말로 자기 예명을 지었다. 이 곡 역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었다. 스트리밍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엿봤고, 딱 내 취향인 곡을 만난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곡, 넷플릭스의 로맨틱 코미디에 삽입되어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먼저 가사를 보자.
“변호사가 나에게 물어봤죠. 이런 남자, 대체 어떻게 만난 거냐고/ 그래서 대답했어요/ 젊었을 때는 가끔씩 맞지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거 아니냐고/ (중략) 고통을 겪는 것조차 사랑해서 이런 거라 착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단 노랫말 때문만은 아니다. 플레이해보면 예쁘지만 뭔가 날이 서 있는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 이 곡은 실제로 애시가 이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라고 한다. “사랑이나 인생에서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게 실수였음을 깨닫고 나면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혹시 관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위안이 되어줄 만한 곡이다.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 ‘Super Zodiac’
앞의 두 곡이 90%의 사람을 만족하게 할 만한 곡이라면 이 곡은 정반대다. 흠, 아무리 높게 잡아봤자 한 20%쯤 좋아하려나. 더 코멧 이즈 커밍은 일렉트로닉 재즈 밴드다. 멤버는 총 3명. ‘Super Zodiac’에서 이 트리오는 신시사이저·드럼·색소폰을 통해 듣는 이를 말 그대로 몰아친다. 격렬하고 도발적인 곡이다. 좀 불편해도 괜찮다. 단, 영감이라는 건 대체로 친숙한 것이 아닌 낯선 것, 안락한 무언가가 아닌 불편한 무언가로부터 길어진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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