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PHOTO‘전 국민 이동금지령’이 내려지자수많은 인파로 붐비던 파리트로카데로 광장(사진)이 적막해졌다.

프랑스도 코로나19 전염이 심각하다. 3월18일 오전 9시 현재 확진자 수는 7730명에 이른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1월24일 프랑스 보건부는 파리에서 중국인 관광객 2명, 우한과 결연 도시인 보르도에서 중국계 프랑스인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 후 중국에서 온 비행기 승객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상담하는 의료 지원을 실시했다. 1월31일과 2월2일 우한에 있는 자국민을 본국으로 데려왔다.

감염병과 함께 공포가 번졌다. 평소 잘 팔리지 않던 마스크 주문이 폭주했다. 2월1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에 출연한 마스크 제작회사 대표는 “한 해 2000만 개였던 물량을 5억 개까지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아시아인에 대한 대중의 공포를 전했다. 2월1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라스부르 중앙병원의 바이러스 전문 박사 사미라 파피크르메르는 “‘대중교통에서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 옆에 내 아이가 앉았는데 걱정이다’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르노블 중앙병원의 전염병 담당의 장폴 스탈은 ‘중국에서 받은 택배가 안전한가?’ ‘트램에서 아시아인을 지나쳤는데 괜찮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2월18일 보건부는 의료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환자가 급증할 때의 대책을 논의했다. 프랑스 의사연합 대표 장폴 아몽은 “위급하지 않은 환자의 치료·입원을 늦춤으로써 병상을 마련하자”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경증 환자는 자가격리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또 네 번째 확진자가 중국인 환자와 상담했던 의사인 점을 고려해, 유증상자는 응급 전화번호인 15번을 이용한 뒤 의료기관에 가도록 당부했다.

2월23일 이웃 나라 이탈리아에서 확진자 100명 이상이 나오자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2월23일 알프마리팀 지역의 의원인 공화당 소속 에리크 시오티는 “평소 1만명가량이 이탈리아와 교류하는 알프마리팀 지역을 위한 긴급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프랑스 남동부 리옹으로 향한 버스 운전사가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됐다. 2월25일에는 중국 여성 한 명과 프랑스 남성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프랑스 남성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에 다녀온 사람이었다.

한국의 확진자 동선 확인 정책에 ‘관심’

이탈리아 국경 봉쇄론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2월23일 프랑스2와의 인터뷰에서 올리비에 베랑 장관은 “바이러스는 국경에서 멈추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라디오 유럽1에 출연한 제롬 살로몽 보건부 사무총장은 “국경 폐쇄는 솅겐 협정 때문에 복잡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솅겐 협정은 유럽 내의 가입국들이 상호 자유롭게 통행하도록 하는 조약이다.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봉쇄한다고 하더라도, 스위스 등 솅겐 협정에 가입한 다른 접경 국가를 통하면 프랑스에 확진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뜻이다.

보건부는 2월24일 확진자 12명 가운데 2월14일 숨진 80대 중국인 관광객 외 11명은 모두 완치 후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베랑 장관은 “현재 프랑스에는 확진자가 없으며, 바이러스의 확산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2월25일에서 26일으로 넘어가는 밤 파리 라피티에 살페트리에르 병원에서 60세 프랑스 남성 확진자가 사망했다. 최초의 프랑스인 사망자였다. 문제는 불투명한 감염원이었다. 2월12일부터 입원했던 이 확진자는 이전 사례들과 달리 위험 국가 방문 이력이 없었다. 2월26일 같은 지역에서 역시 위험 국가 방문 이력이 없는 다른 프랑스인 확진자가 발생했다. 북부 오드프랑스의 지역보건기관(ARS)은 위기대응팀을 꾸려 두 확진자의 접촉자들을 찾기 시작했고, 최초 사망자가 거쳐 간 크레이 병원은 잠정 폐쇄됐다. 2월27일 정부는 우아즈 지역에서 확진자가 12명 추가됐다고 밝혔다. 북동부 스트라스부르와 남동부 안시에서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를 방문한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고, 그 가족들도 감염되었다. 바이러스가 프랑스 전역으로 퍼지자 2월28일 저녁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알리고, 전염병 경보 단계를 2단계(바이러스 확산 억제를 목표)로 격상했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아즈 지방에서는 정부의 정보 부족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지난 2월29일 라디오 프랑스앵포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 출신 공화당 의원 막심 미노는 “도지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도 국민들에게 전해줄 정보가 거의 없었다.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정보도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프랑스 정부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확진자 발생 지역과 거주 지역만 공개할 뿐 확진자들의 동선은 알려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몇몇 현지 언론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전했다. 3월11일 〈르푸앵〉은 ‘서울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투쟁에서 모범 학생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확진자 동선 확인 정책을 다뤘다. 이 매체는 한국의 대응이 “사생활 보호 문제라는 의문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해당 장소 방문자들이) 검사를 받게 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3월12일 라디오 프랑스퀼튀르는 ‘한국이 좋은 전략을 찾았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검사와 확진자 동선 체크,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 등 한국의 대응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3월이 되자 코로나19는 삽시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퍼졌다. 3월1일 루브르 박물관이 폐쇄되고 에어프랑스는 5월31일까지 항공권 무료 취소를 시행했다. 3월3일부터 정부는 시중에 있는 마스크를 회수해 의료진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3월5일 파리교통공사(RATP)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월8일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문화부 장관 프랑크 리에스테르와 국회의원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월12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전국의 어린이집 및 초중고교, 대학의 무기한 휴교령을 내리고, 고령자 외출 자제 권고, 실업자 수당 보장 등을 발표했다. 이틀 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3월15일 0시부터 식당, 카페 등 필수적이지 않은 공공장소를 폐쇄하겠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필리프 총리가 외출 자제를 권고하며 국민들의 ‘연대’를 강조했음에도 다음 날인 일요일, 문을 닫은 식당과 카페 이외의 파리 도심과 교외 공원, 생마르탱 운하 등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프랑스 정부는 3월16일 ‘극약처방을 내렸다. 전 국민 이동금지령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3월17일 정오부터 15일간 출근, 슈퍼마켓, 약국, 산책 등 특별한 이유를 적은 서류(déclaration sur l’honneur)를 소지하지 않고 이동한 경우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입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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