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Photo뭄바이의 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체온 점검을 받고 있다.

인도는 ‘전염병 천국’이다. 많은 학자들은 수인성 전염병 중 하나인 콜레라가 갠지스강 유역에서 처음 발생했을 거라고 여긴다. 최초의 콜레라 대유행도 오늘날 콜카타가 속해 있는 벵갈 지방에서 비롯됐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불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 대유행 때는 인도에서만 무려 1400만명이 죽었다. 당시 제1차 세계대전 중이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보 통제가 이루어졌기에 이름이 제각각이었다. 한동안 스페인 독감은 인도 내에서 ‘뭄바이 폐렴’이라고 불렸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현재 인도 정부를 보면서 찬사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외신은 인도가 의외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고온다습한 기후가 바이러스 생존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보도했다. 2월 중순만 해도 델리 같은 북부 지역은 최저기온 10℃ 이하의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맘때 인도 날씨는 원래 그렇다. 블룸버그의 예측은 인도를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몸에 열이 나면 바깥출입 금하는 문화

힌두교는 상대방의 카스트를 알 수 없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개인 간 접촉을 기피하는 종교다.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도에서는 이미 문화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손 씻기다.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밥을 먹는다. 오른손이 나만을 위한 ‘식사 도구’나 마찬가지다 보니 수시로 씻는다. 밥 먹기 전과 후의 손 씻기는 인도에서 상식에 속한다. 아무리 게을러도 하루 7번은 손을 씻는다. 세 끼의 식전 식후, 그리고 큰일을 보고 나서다.

인도인들은 컵에 입을 대지 않고 물을 마신다. 컵을 머리 위로 올리고 기울여서 떨어지는 물을 마신다. 가정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섞이는 걸 싫어하니 개인 물통을 휴대하는 사람도 많다. 세계적으로 텀블러 유행이 있기 전부터 그랬다.

유행병이 많이 돌던 나라여서 일단 몸에 이상이 있거나 열이 나면 바깥출입을 금하는 문화가 강하다. 인도인들과 일을 하다 보면 열이 난다는 이유로 출근을 기피하거나 약속을 깨는 일이 잦다. ‘열 좀 난다고 출근을 안 하다니 이러니 인도가 못살지’ 같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들은 꿋꿋하다. 나로 인해 지역사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사고가 그들 머릿속에 있다.

인도 국립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꽤 오래 통화를 했다. 그의 결론은 단순했다.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에도 환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전염병을 많이 겪다 보니 뭘 해야 하는지 안다. 나는 인도 정부를 믿지 않지만, 방역 시스템은 믿는다. 마을마다 전염병 대처 매뉴얼도 따로 있다. 3월11일부터는 모든 전화의 발신음이 코로나19 안내 멘트로 바뀌었다.”

3월12일 현재 인도 내 확진자 수는 62명(인도 보건부 공식통계 52명)이다. 이탈리아인 단체관광객 16명이 포함된 숫자이니 인도인 확진자 수는 현재 총 46명이다. 이 기적 같은 상황에는 생활습관 외 인도 정부의 대응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2월7일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중국인 포함)의 입국을 차단했고, WHO의 팬데믹 선언 직후 전세계를 대상으로 모든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인도 정부 발표에 따르면 3월 초까지 22개 인도 공항, 79개 항만과 네팔 국경에서 총 160만명에 대한 검역 혹은 검사를 완료했으며, 2만7000명이 지역사회에서 격리, 감독 중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관심 있게 봐야 할 케이스는 바로 인도다.

기자명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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