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 ‘생존권이라는 구호는 정당한가’로 뉴커런츠상을 받은 강원대학교 〈대학알리〉 박성빈씨.

박성빈씨(국어국문학 14학번)는 “내 서사를 내 경험에 근거해 우리의 언어로 쓰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는 세대론, 공감 가지 않는 ‘청춘 운운’이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로 당사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 〈대학알리〉에 게재된 ‘생존권이라는 구호는 정당한가’와 ‘생존권은 청년에게 필요하다’ 연작 기사는 박씨의 그런 다짐이 담긴 결과물이다.

‘생존권’ 연작 기사는 각각 두 그룹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지역 택시업계의 생존권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비롯한 청년의 생존권 문제다. 첫 이야기는 자신이 경험한 험난한 통학길에서 시작한다.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는 ITX 청춘선이 종착하는 남춘천역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서울이라면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만한 거리이지만 춘천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비정기적인 통학버스는 늘 만원이었고, 시내버스는 멀리 돌아가는 바람에 걷는 것과 시간 차이가 없었다. 대중교통망이 부실한 탓에 학생들은 그동안 택시에 자주 의지해야 했다.  

2019년 1월, 춘천시는 강원대학교 내부를 통과하는 이른바 ‘청춘 노선’을 신설하고, 도시의 대중교통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60여 년 만의 변화다. 이 정책에 택시기사들이 들고일어났다. 청춘 노선을 도입하면 운행 수입이 급감한다는 이유였다. 이때 이들의 입에서 나온 구호가 바로 ‘생존권’이다. 생존권은 프로파간다로 작동했다. 박씨는 “대학 주변에 뭘 만들겠다고 하면 인근 주민들은 늘 생존권을 외친다. 대체 그들이 말하는 생존권이 무엇이고 그 생존권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취재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강원대로 향하는 대중교통망 개선 요구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심지어 춘천시청 대중교통 담당 공무원조차 “나도 1990년대에 강원대에 다니는 동안 대중교통 문제로 힘들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학생은 언젠가 학교를 떠나지만 주민은 남는다. 박씨는 투표권을 가진 지역민의 바람대로 체계가 유지되어 왔다는 걸 절감했다. 뒤따르는 문제는 “그럼 우리의 생존권은 어떻게 되나”였다. 대학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은 대부분 타 지역 출신이었다. 박씨도 서울 출신이다. 방학 때마다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부유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권은 이동과 정주의 문제다. 이동이라는 청년의 생존권을 다룬 뒤 자연스럽게 주택 문제를 다룬 두 번째 기사를 썼다.

박씨의 기사는 기성 언론의 전개와는 조금 다른 형식을 취한다. ‘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에 있고, 기사가 전개될수록 시선을 차근차근 주변으로 확장해나간다. 기성 언론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지닌 가치를 더 우선했다. 기사보다는 ‘이야기를 쓴다’는 심정이었다. 박씨의 ‘생존권’ 연작 기사는 내용에서는 대학 언론다운 문제의식을 담으면서도 전형적인 대학 언론 기사의 형식을 깼다는 평가를 심사위원들에게 받았다.

 

 

청년들의 ‘현실’ 제대로 짚었다

뉴커런츠상 심사평-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대부분의 국가기관이 서울에 있다. 세종시에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했지만 서울공화국의 위세는 꺾임이 없다. 주요 언론과 대학 역시 서울에 있어서 그럴까. 서울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교육행정이 이뤄지고 언론 역시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이다.

ⓒ시사IN 조남진

강원대학교 박성빈 기자가 작성한 ‘생존권이란 구호는 정당한가’ 기사는 그런 의미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당연한 것도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감내하라고 요구한다. 가령 강원대나 한림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남춘천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지 않고 택시를 탄다고 한다. 배차 간격이 길기도 하거니와 버스가 대학으로 직접 가지 않고 에움길로 우회하기 때문이다. 60년 전 버스 노선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지만 개선 노력은 ‘생존권’을 내건 택시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돼왔다.

다른 기사에서는 청년들의 주거권을 언급한다. 대학교의 기숙사 건립과 그 주변 임대업자들의 갈등 및 민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해당 기사는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기사는 대학생들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과 임대를 통한 자본 증식을 서로 비교하며 꼼꼼히 정리했다. 다만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주류의 입장에 서 있는 당신들이 청년의 처지를 헤아려주면 좋겠다’는 결론보다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등 구체적인 고민이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20대 청년들이 현실에 아파하는 모습은 오늘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뉴커런츠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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