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신선영취재보도 부문 공동 수상자인 중앙대학교 〈중대신문〉 노유림, 김서현, 손의현, 이정숙씨(왼쪽부터).

 

“지면을 갈 수는 없으니까 학점을 갈았죠.”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학기 내내 매주 발간하는 학보에서 고정 지면은 건너뛸 수도, 갈아엎을 수도 없는 코너였다. 〈중대신문〉 기획부(부장 노유림)는 2019년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부서 고정 지면의 제목을 ‘생각의자’로 정했다. 사회 소수자의 자리에 앉아보려는 시도(의자에 앉으며)를 하고, 그들의 위치에서 세상을 고민하며(의자에서 생각하며), 다시 일어나 대안을 모색하는(의자를 박차며) 3단계 구성을 신문 두 면에 꽉 채워 보도했다. 취재팀을 이끈 노유림씨(정치국제학과 18학번)는 “소수자가 겪는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좀 더 안정적으로 잘 전달하기 위해 ‘생각의자’라는 구성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시사IN〉 대학기자상에 출품한 기사는 장애 학생 대학입시 문제, 2차 가해 피해자, 프리랜서 노동권 문제, 청소년 성소수자, 청년 공시생 문제 등 총 다섯 건이다. 각 기사를 개별 응모했지만 예심을 거치며 심사위원들이 ‘기획 전체’를 평가했다. 취재팀은 1년간 총 12번 보도한 ‘생각의자’ 가운데 동물권 이슈, 성중립 화장실, 난임 부부의 어려움, 소년법 문제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 주제를 두고 동시에 기사를 마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사가 연결되기 때문에 대화가 필수였다.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했다. 이정숙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18학번)는 “각자의 ‘정의’가 달라 싸우기도 했다. 그래도 토론하고 타협하고 협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매주 물러설 데가 없었다. 주제 선정이 늦어져 사흘 만에 마감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수업 중에 취재원과 통화하려 강의실에서 뛰어나가는 일도 빈번했다. 취재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전문가들에게 의존해야 했던 점은 아쉬웠다. 손의현씨(철학과 18학번)는 “현장 취재가 조금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든다. 시간 여유가 조금 더 있었다면 현장을 더 많이 찾아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다소 아카데믹하게 접근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취재팀은 물리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네 사람은 생각의자 시리즈를 통해 ‘비판적 글쓰기의 힘’을 더욱 신뢰하게 됐다. 김서현씨(프랑스어문학과 18학번)는 “나중에 꼭 기자가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소통하며 그 사람의 일상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 모두 영상 시대에도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와 가치를 지키고 싶어 했다. “그래도 글이 가진 힘이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솔루션 저널리즘’ 실현하려는 패기

취재보도 부문 심사평고찬수 (한국PD연합회 회장)

 

‘대학 언론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심사에 임하면서, 기성 언론과는 다른 참신성에 주목하여 출품된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세대의 시선이 기사에 담겨 있는가에 높은 가치를 두고자 했다.

‘대학기자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새로운 세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그게 진정한 대학 언론이라 할 것이다. 다소 설익고 거친 부분이 있더라도 말이다.

ⓒ시사IN 조남진

이런 면에서 〈중대신문〉의 시리즈 기획기사는 다소 아카데믹한 느낌을 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대학 언론 본연의 임무를 다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중대신문〉의 기획기사 ‘생각의자 시리즈’는 소수자 문제에 대해 ‘생각의자’라는 틀을 적용하고 다양한 사례를 취재하여 풀어내고 있다.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의자’를 가져와 앉아보고(소수자가 겪은 사례 취재), 그 의자에서 생각해보며(소수자 소외의 원인 파악),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는(해결책 제시) 틀을 사용하여 시리즈마다 통일성을 기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장애 학생, 청년 공시생, 청소년 성소수자, 프리랜서 등 우리 사회 소수자 문제를 꼼꼼히 취재하고 공감하며 해결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관심을 받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적극적으로 실현해보고자 하는 패기도 보였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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