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마마무는 멤버 각자의 캐릭터가 분명한 그룹이다. 얼굴도 스타일도 아주 다른 멤버들이 뛰어난 기량으로 꾸미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꼭 네 명의 솔로 디바 합동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문별은 그런 마마무의 메인 래퍼다. 네 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독창적인 이 팀 안에 문별 역시 견고한 자기 영역이 있다.

문별의 매력은 멋짐에 있다. 잘생겼다는 칭찬이 예쁘다는 말보다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예능에서는 일명 ‘느끼한’ 캐릭터를 밀고 있다. ‘느끼함’이란 주로 남성이 여성에게 수작을 걸 때 그 방식이 지나치게 자아도취적이라 ‘오글거림’을 유발하는 경우에 쓰는 말인데, 문별은 이런 ‘느끼한’ 제스처나 멘트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 멤버들로부터 자주 웃음 섞인 야유를 받곤 한다. 통상적으로 여성성의 범주에 들어가는 속성은 아니다. 그래서 여성 연예인, 특히 아이돌 중에서는 흔치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문별의 이런 캐릭터는 주로 여성 팬에게 어필한다. 멋짐이든 느끼함이든, 그는 이런 매력을 숨기지 않는다. 해외 팬들이 그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앤드러자인(Androgyne)’이다. 아직 국내에 널리 알려진 말은 아니다. 통념적 여성성과 남성성을 인정하는 전제하에, 여와 남 두 가지 젠더적 특성을 모두 지닌 사람을 이르는 단어다. 여성과 남성 캐릭터를 모두 연기한 적 있는 틸다 스윈튼이 대표적인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배우다. 문별 개인이 직접 자기 정체성 선언을 한 적은 없으니 현재로서는 아이돌 문별의 페르소나에 대한 시선이라고 봐야 하겠다.

그의 멋짐에는 일관성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최근 발표한 솔로곡 ‘달이 태양을 가릴 때’는 퓨처 사운드가 접목된 힙합곡이었다. 주로 동방신기 같은 남성 아이돌이 선보이던 장르다. 여기에 본인이 평소 좋아하던 진득한 어반 댄스 동작을 매칭했다. 유튜브 〈문명특급〉과 인터뷰하면서 “음악의 장르에 남녀를 구분 짓고 싶지 않았다. 여자가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라며 이 같은 음악을 들고 나온 이유를 밝혔다.

케이팝은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기획하는 처지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로 이미 검증된 선택을 한다. 긴 시간 걸그룹은 남성 관객의 시선(male gaze)을 의식하며 기획되었고, 케이팝의 역사가 길어짐에 따라 여기에서 오는 가부장적 젠더 스테레오타입은 더욱 강화되었다. 케이팝이 자주 듣는 비판이다.

종종 이렇게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단아들이 있다. 타이밍과 운이 맞으면, 산업의 전환점은 주로 이런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 결국은 무난하게 신(scene)에 스며들어 묻히는 가수가 아닌, 어딘가 남다른 가수가 새 흐름을 만든다. 케이팝이 진짜 재미있는 이유는 이런 남다름을 매스미디어 레벨에서 볼 수 있어서이다. 문별은 고전적인 걸그룹의 틀에 맞건 안 맞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해나간다. 그를 보며 케이팝의 진짜 재미를 발견한다.

기자명 랜디 서 (대중음악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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