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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SNS 감염이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공포가 확산되었다.’ 지금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15 메르스 백서〉(2016)의 한 구절이다. 메르스 사태 초기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공포를 키웠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뼈저린 반성을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위기 소통을 위한 부서’를 연구한 뒤 위기 소통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2018년 9월, 60대 남성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신속, 정확, 투명’ 3대 소통 원칙에 충실했다. 확진 당일 즉각 언론에 공개했다. 단 한 명으로 2018년 메르스 사태를 종식했다(〈2018년 메르스 중앙대책본부 백서〉 (2019)). 이때 질본을 진두지휘한 이가 요즘 매일 보는 정은경 본부장이다.

정 본부장도 이번엔 예상 못한 ‘공포 유발자들’을 만났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만들어내는 ‘나쁜 뉴스’ 바이러스는 ‘심각’ 단계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초기 ‘우한 폐렴’이라고 썼다. ‘우한 폐렴(코로나19)’,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는 코로나19’로 섞어 쓰다가 지금은 ‘우한 코로나(코로나19)’로 고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확정한 공식 병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다. WHO는 2015년 특정 지역 이름이 포함된 병명을 쓰지 말라는 표준 지침을 공표했다. 혐오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미래통합당은 ‘우한’을 고집한다. 그들만의 ‘작명’은 중국 봉쇄론과 맞닿아 있다. 중국 봉쇄론 확산에는 ‘중국 방문자 다 막은 나라들은 확진자 주춤, 한국은 급증’ 등을 보도한 〈중앙일보〉도 가세했다. 한국역학회와 대한예방의학회 등은 일찌감치 중국 봉쇄론의 실효성을 반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조중통(조선일보+중앙일보+미래통합당)’ 연합은 이 프레임을 확장하고 강화했다. 이런 합작 프레임은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앙일보〉(3월3일)와 〈조선일보〉(3월5일)는 감염병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들을 ‘의료 사회주의자’ ‘의료 비선’ 등으로 단정하는 보도를 냈다. 김창엽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는 이 기사를 두고 ‘언론과 의협 회장(최대집)이 합작해 빚어낸 대참사’라고 혹평했다. 기사에 거론된 한 교수는 “전문가의 의견이 비선 자문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비하됐다”라며 전선에서 물러났다. 감염병 관련 11개 학회가 꾸린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도 해체됐다.

질본은 이 사태가 지나면 〈2020 코로나19 백서〉를 만들 것이다. 빈틈을 돌아보고 개선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과 일부 정치권은 되돌아보지도, 백서를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나쁜 뉴스’ 바이러스에 치료제가 없는 건 아니다. 4월15일 ‘나쁜 정당’을 심판할 치료제가 우리 손에 쥐여진다. ‘나쁜 언론’을 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나아가 좋은 매체를 구독하면 면역력이 강해진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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