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 그림

지난해 9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전국 중·고교 환경 과목 채택률은 2010년 16.7%에서 2018년 8.4%까지 떨어졌다. 환경 전공 교사 임용 건수는 2009년 이후로 단 한 명도 없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환경 교육의 필요성이 나날이 높아지는데도 환경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사회 과목에서 환경이라는 주제는 2009,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실천적인 환경 교육을 하기 위한 자료는 부족하다. 중학교 2015 개정 교과서만 보아도 그렇다.

중학교 1학년이 주로 사용하는 〈사회 1〉 교과서에서 실천적인 환경 교육을 다룰 만한 부분은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 단원의 소단원 ‘지속 가능한 자원의 개발’ 정도이다. 4종 교과서를 비교한 결과 일부 교과서에서 에너지 자립 마을, 일상에서 사용되는 지속 가능한 자원을 소개하는 데 그쳤고, 한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내용조차 없이 단순 지식만 나열되어 있었다.

중학교 2학년, 3학년이 주로 사용하는 〈사회 2〉 교과서에는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한 환경’이 대단원으로 구성되어 비중이 〈사회 1〉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교육과정에는 기후변화의 원인,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변화의 사례와 해결 노력, 환경문제 유발 산업의 영향, 생활 속 환경 이슈 등 그나마 심도 있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생활 속 환경 이슈는 중학교 교과서 내용 중 가장 생활과 밀접한 부분이다. A 교과서에서는 ‘지속 가능한 학교 만들기’라는 주제로 학교 내 환경문제를 조사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UCC 제작 활동을 제시했다. B 교과서에서는 환경 관련 기관 방문, 환경단체 활동을 통한 감시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C 교과서에서는 콘센트 뽑기, 일회용품 사용 자제 같은 개인의 노력을 제시하고 있으며, D 교과서에서는 환경 이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활동 외 내용은 담고 있지 않았다. 4종 교과서를 분석해봤을 때 교과서별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계점이 공통적으로 보였다. 대체로 개인의 노력을 강조하거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 소개 정도에 그쳤다.

우리가 접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과도한 사용과 미세먼지 문제는 개인이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 나아가 전 세계의 협조가 필요한 일이다. 생산 단계에서 조금만 사용해도 버리도록 설계되거나 재활용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테이크아웃 컵의 재활용이 어려운 문제 등 물건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양산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내용이 교과서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환경 교육 어렵게 하는 학교 풍토

교과서뿐 아니라 학교 풍토도 환경 교육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지난해 학교 축제에서 반 아이들은 음식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타로 버블티를 만든다며 필요한 일회용품 목록을 작성했다. 축제 당일 수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펄, 액체와 분리도 되지 않은 채 버려졌다. 다른 부스에서도 각양각색의 일회용 포장지, 종이, 플라스틱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이 나오지 않았고,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학교 현장이 환경 교육 현장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동시에 다회 용기 사용처 안내 같은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환경부는 올해로 종료되는 2차 환경교육종합계획을 개선하여 올 6월까지 3차 계획의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차후 계획에는 수업뿐 아니라 학교 전반에서 친환경적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기를 희망한다.

기자명 차성준 (남양주다산중학교 교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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