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헤이슬릿 제공제임스 헤이슬릿 박사는 “보건 당국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헤이슬릿 박사는 30여 년간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공중보건과 감염병 재난 대응·복구 분야에서 활동해온 임상 역학자이다. 미국 공중보건국 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토안보부 내 국가생물감시통합센터(National Biosurveillance Integration Center) 등을 거쳤다.

2007년 워싱턴 탄저균 대응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비상대응팀에서 일했고 2014~2016년에는 미국 CDC의 연락관 신분으로 한국에 파견돼 근무했다. 2015년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현장에서 지켜본 제임스 박사에게 2020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물었다.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 거주하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다.

현 한국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코로나19 확산은 매우 다이내믹하며 정부와 민간 부문의 적극적이고 민첩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국에서 이러한 위협에 대응해 임상, 공중보건, 진단 자원을 동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국 보건 당국이 진단에 필요한 요소들을 보강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놀랍다. 이렇게 적기에 투명하게 전파 경로를 특정함으로써 이 질병의 여러 가지 양상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도, 당국이 국민에게 위험과 관련한 소통을 적기에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병상과 같은 치료 자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진단을 늘려가는 것도 의미가 있나?

정보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정말 강력한 힘이 된다. 정확한 진단은 모든 단계의 대응에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 요소다. 발병을 진단하고 파악할 수 있으면 사람들에게 제때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평소 건강한) 사람이 검사상 양성이 나오면 그는 보건 당국의 지시에 따라 자가격리하고 증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개인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건강 과민자(worried well)’들로부터 야기되는 의료 시스템 부하를 줄일 수 있다.

한국의 확진자 수가 많은 이유는 (실제 감염 규모와 상관없이)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일까?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번져나가도 다른 나라들은 그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감염자까지 발견해내고 있다. 한국의 이런 광범위한 진단은 국제무대에서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사망률을 좀 더 분명히 밝히는 데 굉장한 도움을 줄 잠재력이 있다.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에 대응할 때 무엇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나? 빠른 진단인가 아니면 적절한 치료인가?

대부분의 새로운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진단과 치료는 병행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철도 선로(railroad track)로 설명하고 싶다. 치료와 진단이라는 두 개의 평행 레일은 서로를 지원하고 연결하며, 상호 피드백 기능을 함으로써 공중보건 대응의 전체적인 효능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에서 CDC 연락관으로 근무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보나?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대응의 효율성과 투명성은 감탄할 만하다. 다른 나라들에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의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 이후 많은 진전을 이룬 것에 대해 칭찬받을 만하다.

사스, 메르스, 인플루엔자와 비교해 코로나19의 심각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사망률이 2% 정도로 보고되지만, 이는 이 질병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적절하게 나타내지 못하는 제한된 데이터에 기초하고 있다. 앞으로 진단 능력이 나아지게 되면 코로나19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이환율(mor-bidity)과 사망률의 비교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보건 당국이 코로나19를 분석하고 알아내는 동안 개개인과 가족,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책은 (손 씻기 등)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표준 예방책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합뉴스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3월1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에서 병상 수가 부족해지면서 많은 환자들이 집이나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되어 원격진료를 받고 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경증 환자들의 자가격리는 의료자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확산을 제한하기 위한 바람직한 전략이다. 한국은 이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폭넓은 수준의 연결성을 가진 것이 행운이다. 이 전략에서 핵심은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다. 환자들은 양방향 소통에 대한 신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환자들이 제때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궁금한 점에 대해 답을 얻으며,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관점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신뢰할 만한 정보 창구를 이용하면서, 가능한 한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정보를 찾아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 질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아직 24시간 주기의 뉴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혼란스럽고 모순되고 불완전할 뿐 아니라 때로는 거짓 정보가 나돌게 된다. 시의적절하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과 정부 관계자의 의무다. 특히 보건 당국이 시민의 일상 속에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신뢰가 올라가고 혼란이 줄어들 것이다. 예를 들면 2015년 메르스 때도 지하철역 같은 곳에서 예방수칙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매우 바람직하고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3억3000만 인구 중 9명 사망(3월4일 기준)이 급속한 증가라고 볼 수는 없다. 신뢰성 있는 보건 당국이 지역사회 감염을 확인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있다. 그에 따라 전체적으로 조심스럽지만 낙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가 겨울마다 찾아오는 계절성 바이러스가 될 수도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가 이를 인지하고 그 영향을 완화할 백신 개발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가를 넘어, 전염병 확산에 전 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계적 확산(Global spread)’이라는 용어가 이 논의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감염병 확산이 다른 나라로 건너가기까지, 비행기 편도의 거리 정도만 떨어져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공중보건 및 응급 대응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국가 간 협력과 과학적 투명성은 코로나19뿐 아니라 앞으로 또 찾아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뒷받침하는 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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